국보 1호 숭례문 때문에 연일 소란스럽다. 복원 완료 이후 단청이 벗겨지는 현상으로 한 차례 시끄럽더니, 이제는 기둥이 갈라지고, 심지어 부적절한 예산 집행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예산과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를 댄다.
지난 2008년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되자 당시 온 국민이 공분했고,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구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요 무형문화재 등 장인들이 참여해 전통기법으로 복원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화재로 소실 후 복원 공사 중인 국보1호 숭례문. (자료 사진)
전통기법을 주장한 것은 문화재청 나름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소실된 국보 1호(사실 ‘1호’라는 게 중요도를 나타내지 않는다)만큼은 우리 전통 기법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전문가들 역시 숭례문만큼은 전통방식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겨우 5년 만에 정통방식으로 복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통기법은 사실상 목공을 제외하고 안료, 단청, 기와 등은 단절돼 있다. 전문가들은 전통공구, 전통기법, 전통재료 등을 총동원해 복원한다면, 숭례문 복원이라는 과정을 통해 전통이 부활하고 기법이 전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바란 것은 '결과'였다. 문화재청은 부인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 내에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며 복원을 재촉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쨌든 전통안료나 아교, 기와 개발 등이 등한시된 건 사실이다. 단절된 전통기법을 사용하려면 오랜 기간 실험을 했어야 했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단청 안료는 천연 안료 대신 값이 10배 정도 저렴한 화학재료가 첨가된 일본산 안료가 사용됐다. 천연 안료로 복원한다던 문화재청의 당초 발표와는 달랐다. 결국 단청은 5개월 만에 80여 군데가 벗겨지고 갈라졌다.
기둥 역시 갈라져 속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층 문루의 기둥과 추녀, 추녀 끝의 짧은 서까래인 사래 등의 목재가 갈라졌다. 덜 마른 목재를 사용한 탓이다. 지름 30cm 이상의 목재는 최소 5년에서 10년을 건조시켜야 하는데 공사 기간이 3년으로 짧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원 공사를 책임진 신응수 대목장은 "이미 공급될 목재가 정해진 뒤 뒤늦게 도편수(목공사 책임자)가 되면서 나무 건조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공기에 맞추느라 전문가로서 만족할 만큼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갈라져 속살이 드러난 숭례문 기둥.
숭례문의 기와 역시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동파가 될 것으로 몇몇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기와를 수제로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당시 기와 장인이 나이가 많아 수천 장의 기와를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제자가 기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숭례문에는 총 2만 3,000여 장의 기와가 사용됐다. 그러나 기와 색이 변색됐다는 숭례문 관리자들의 증언이 복원 이후 계속 있었고, 전문가들은 이를 제대로 된 온도에서 기와를 구워내지 못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예산 책정과 집행 내역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전통기법으로 복원한다던 문화재청은 정작 재료 구입보다 홍보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지출했다. 숭례문 복원 예산은 242억 원. 그러나 실재 목재 구입에 2억 3,400만 원, 안료 구입에는 1억 800만 원밖에 지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념행사, 관련 영상물 제작, 관리 운영비와 용역비, 전시관 보조금과 같은 홍보성 사업에는 24억 원을 지출했다. 숭례문 주변 정비에는 38억 원을 사용했다.
2008년 2월 방화로 소실된 숭례문이 5년 4개월에 걸친 복구작업을 완료하고 지난 5월 4일 오후 숭례문 광장에서 복구 기념식을 열었다. (윤창원 기자)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은 7일 "최근 복구된 숭례문에 대한 언론 등의 부실시공 논란에 대해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철저하고 완벽한 보존관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벗겨진 단청에 대해 자체 감사와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단청공사와 함께 기와 공사, 목공사, 석공사 등 주요 공종의 부실 우려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