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성별 논란, 부족한 '동업자 정신'의 어두운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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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밖 ‘살인태클’에 선수생명 위기

WK리그 타 팀 감독들에 의해 뒤늦게 성별논란이 불거진 박은선은 지난 2003년부터 여자 축구대표팀의 일원으로 국제무대에 출전했던 기록을 갖고 있다.(자료사진=WK리그)

 

그라운드 위에서의 살인태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라운드 밖에서 진짜 ‘살인태클’이 자행됐다. 그것도 지도자들이 현역 선수를 향해 집단 ‘살인태클’을 쏟아냈다.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7개 팀 가운데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들은 최근 간담회를 열고 내년 시즌 박은선(27.서울시청)의 리그 출전 금지를 결의했다. 6개 구단 감독들은 박은선이 출전을 강행할 경우 리그 자체를 보이콧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W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은 지난 5일 지난주 6개 팀 감독들로부터 이러한 내용을 통보를 받았다고 뒤늦게 알렸다.

남자선수 못지 않은 180cm, 74kg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박은선이 논란의 대상이었다면 이미 10년 전에 도마에 올랐어야 했다. 박은선은 지난 2003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축구선수의 자격으로 A매치에 20경기나 출전했다. 20세 이하 대표팀으로 나선 것도 12경기나 된다.

이미 한국 축구의 최상위 단체인 대한축구협회는 박은선을 여자선수로 분류했다. 축구계는 박은선을 여자로 공식 인정했지만 WK리그 6개 구단만은 예외다. 지난 10년간 쉬쉬하던 이들은 왜 이제서야 박은선의 성별 논란을 공론화한 것일까.

결과적으로 이 모든 상황은 성적을 우선시하는 구단 이기주의 때문이다. 박은선의 소속팀인 서울시청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 감독들은 올 시즌 경험한 박은선의 온전한 경기력이 겁이 났다.

박은선은 비록 우승트로피를 들지는 못했지만 19골로 2013 WK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부활에 성공했다. 2위인 현대제철의 외국인 선수 비야보다 9골이나 많은 압도적인 성적이다. 덕분에 서울시청은 WK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사실 박은선의 성별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2010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중국에서 박은선의 성별을 문제시했다. 결국 박은선은 소집 명단에 포함되고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박은선의 선수 생활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한 때는 한국 여자축구 최고의 재능이라는 후한 평가와 함께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거듭된 팀 이탈로 벼랑 끝까지 몰린 그였다. 하지만 마지막 위기에서 다시 한 번 은사인 서정호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중학교 시절 박은선을 발굴해 위례정산고, 서울시청까지 무려 14년을 지도한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은 애제자가 마음을 다잡고 본격적인 시즌을 소화한 2013년 한 해 동안 ‘박은선 지키기’에 매진했다.

서 감독은 박은선의 이야기가 언론에 계속 비춰질 경우 또 다시 성별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박은선을 대중 앞에 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제외한 WK리그 구성원들에게 뒷통수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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