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코앞에 둔 정모(30·여) 씨는 요즘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때문에 진저리가 날 정도다. 각종 스팸성 문자와 전화가 하루 평균 3~4통씩 쏟아지는 것. 대부분 대출과 인터넷 가입 등을 권하는 스팸이었다.
공교롭게도 스팸 문자가 끊임없이 오기 시작한 것은 한 달 전쯤 혼수를 사기 위해 경기도의 한 백화점과 가전제품 전문 마트에 다녀온 뒤부터다.
"예전에는 한 달에 1~2통 정도 올까말까할 정도였고, 와봤자 도박이나 게임처럼 누구에게나 똑같이 뿌리는 듯한 스팸이었다"는 정 씨. 하지만 가전제품을 보고 온 뒤에는 많게는 하루에 대여섯 통 넘게 스팸 전화가 오고 있다.
정 씨는 "신혼 부부를 위한 인터넷 할인 서비스를 해드리겠다"는 스팸 전화를 받고 나서야, 최근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샜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오지 않다가 최근 폭탄처럼 쏟아지는 대출 등의 스팸 문자도 더욱 석연치 않았다. 신혼집 마련이나 결혼 준비하는 데 목돈이 드니까 자신을 타겟으로 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정 씨는 웨딩 촬영도 생략하고, 웨딩 드레스도 지인을 통해 셀프 웨딩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웨딩업체에 들를 일도 전혀 없었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름 및 연락처를 남긴 일이라고는 2주 전 백화점과 마트에 갔을 때뿐이었다.
당시 마트에서는 "포인트 카드를 발급받으면 싸게 살 수 있다"며 계약서를 쓰라고 했다. 정 씨가 꺼려 하자, 판매원은 "어차피 서명을 안하기 때문에 효력이 없고, 구매시 할인도 많이 받고 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백화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전자제품 매장 상담원은 "상담 기록이 있으면 A 상품을 30% 할인된 가격에 줄 수 있고, 좋은 상품이 나오면 주기적으로 연락드리겠다"며 연락처를 남기라고 권유한 것.
정 씨는 "예비 부부냐고 묻더니 연락처만 남기면 구매시 싸게 살 수도 있고 좋은 정보도 준다고 해서 남겼는데 스팸 문자와 전화에 하루가 지나갈 정도"라며 "가뜩이나 결혼 준비로 예민한데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정 씨가 다녀온 백화점 관계자는 "제품 구매 뒤 물품을 등록한다거나 고객이 VIP 서비스 가입을 원했을 때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한다"면서 "연락처만 받을 경우에는 따로 정보 수집을 하지도 않고 유출 등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반면 마트 쪽의 입장은 달랐다. 마트 관계자는 "당연히 고객의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다"면서도 "포인트 카드를 만들 경우에는 멤버스 제휴사의 마케팅 활용 정보 동의가 있는데, 반드시 서명을 하지 않아도 제휴사 마케팅 정보 제공 동의로 신청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포인트 카드는 신용카드와는 달리 회원카드를 만드는 개념이어서, 구두로만 동의하더라도 약관에 명시된 '제휴사의 마케팅 활용 정보에 대한 동의' 부분까지 진행이 된다는 설명이다.
비단 정 씨뿐만 아니라 예비 부부, 특히 웨딩 관련 업체에 문의를 많이 하는 예비 신부들은 스팸 문자나 전화에 상당히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봄 결혼박람회에 다녀온 강모(29·여) 씨도 그런 경우다. 지난 9월 결혼식까지 올렸지만, 결혼 뒤에도 스팸은 끊이지 않았다.
강 씨는 "박람회에 가면 드레스는 물론 사진, 한복, 폐백, 신혼여행 등 각종 상품이 한 자리에 있어서 여러 곳에 다니면서 결혼예정일은 물론, 생일, 연락처와 신혼집 주소, 이메일 등 정보를 별 의심없이 적고 왔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결혼과도 상관없는 각종 스팸들이 쏟아져 결국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 씨처럼 예비 신혼 부부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종종 있다고 지적한다.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