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윤석열 사태' 왜 '특수vs 공안' 갈등으로 몰고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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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된 꼼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과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의 국회 국정감사 발언을 두고 '항명'이니 '하극상'이니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을 '공안통 대 특수통의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검찰내부에서나 법조계에서는 '특수 대 공안' 또는 '공안 대 특수'의 갈등으로 보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라면서 갈등이 빚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대선사건 의혹을 제대로 밝힐 것이냐 아니면 적당히 덮고 지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라는 반응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윤석열 사태' 왜 '특수vs 공안' 갈등으로 몰고 가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윤석열 사태' '공안통 vs 특수통'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윤석렬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증언을 한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공안 대 특수의 해묵은 갈등'이니 '공안통 대 특수통의 뿌리 깊은 갈등' 이니 '공안통 대 특수통의 주도권 다툼'이니 하면서 보도를 하고 있다. 정치권이나 법조계 일각에서도 공안 대 특수의 갈등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 검찰 내부에서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 검찰 고위층에서부터 중견간부 일선 검사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그런데 검찰 내부에서는 공안검사 출신이거나 특수부 검사 출신이거나 '공안 대 특수'의 갈등으로 보는 건 옳지 못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윤석열 사태'를 '공안통 대 특수통', '특수통 대 공안통'의 해묵은 갈등으로 보는 시각은 이번 일을 표피적으로 보거나 아니면 본질을 외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시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일을 특수 대 공안의 갈등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검찰 수뇌부에서도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검사장급 한 간부는 "이번 일을 '공안 대 특수'의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중견간부는 '특수 공안 다툼으로 보는 건 사실과 다르다"면서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검찰의 중견간부는 "언론에서는 일만 터지면 공안과 특수의 갈등으로 몰아가지만 그건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면 알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검사출신 변호사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특수검사로 이름을 날린 검사장출신 한 변호사는 "이 문제를 공안 대 특수간의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국정원의 부당한 행위를 밝힐 것인가? 말 것인가? 의 문제"라고 말했다. 공안검사 출신의 중견변호사는 "공안과 특수간의 갈등으로 보면 안 된다"면서 "공안과 특수간 갈등이라면 공안출신인 박형철 부장이 왜 따라갔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사가 야당성향이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있는데?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그런 보도가 나온다. 심지어 일부 수구성향의 인터넷 언론에서는 '좌파 검사'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윤석열 검사의 성향은 보수적이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윤석열 검사도 매우 보수적인 성향이다.

물론 검사나 판사 등 법조인들의 기본 성향이 보수적이다. 법이 시대를 앞서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은 지금의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근간이기 때문에 법조인들이 보수 성향을 띠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윤석열 팀장이 검사로 임명된 이후, 보인 행보는 야권 성향이라기보다는 검사로서의 직분에 충실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안희정, 강금원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을 구속했고, 2007년에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씨 관련 의혹 수사에 투입됐다. 2006년 대검 중수부의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도 윤석열 전 팀장의 공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에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사로서 정치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수사해야할 일이 있으면 수사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민주당의 신경민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제8차 국민 결의대회'에서 연설을 하면서 윤석열 검사에 대해 언급을 했는데 "윤석열 검사는 그냥 평범한 검사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에 기반 해야 하고 법치주의는 검찰이 검찰다워야 한다고 믿는 그런 검사였다. 쉽게 이야기하면 나쁜 놈 잡아넣고 억울한 사람 풀어주는 보통 검사였다"며 "그는 지금 거대하게 맞선 용기 있는 검사, 국민검사, 거물검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 '공안 대 특수'의 갈등 때문일 여지가 전혀 없는 거냐?

=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분법으로 굳이 나누자면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하면서 '공안 대 특수'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법무부와 대검이 충돌했는데 그 중심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채동욱 검찰총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이고 채동욱 총장은 특수검사를 대표한다. 그러다보니 장관과 총장의 갈등이 '공안 대 특수'의 갈등으로 비쳐진 측면이 있는 것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나 윤석열 팀장의 경우 '강성 특수통'으로 불린다. 사건을 맡으면 끝까지 파헤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때때로 권력과 척을 지기도 한다. 채동욱 전 총장도 권력핵심부와 관련된 수사를 했다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반면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이다. 공안검사 출신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쪽보다는 판단을 중시한다. 그러다보니 특수통과 공안통 사이에 의견대립이 빚어지기도 한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를 한 뒤에도 검찰내부 공안검사 출신 중견검사들은 "무죄가 날 것"이라고 하거나 "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견해 차이는 있다는 얘기다.

공안과 특수의 갈등은 방송에서 기자와 PD간의 사물을 보는 시각의 차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두고 갈등이나 대립이라고 하는 건 지나친 것이다. 다르긴 하지만 검사라는 점에서 틀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안통 대 특수통의 갈등'이라는 분석이 틀리건 아니지 않느냐?

= 틀리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공안 대 특수의 갈등으로 보는 건 일종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같은 것이다.

'윤석렬 사태'의 본질은 공안이나 특수간 갈등이나 대립이 아니라 국정원의 선거개입 정치개입 의혹을 밝힐 것인가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덮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의 면면을 보면 공안 대 특수간의 갈등이라는 구도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국정원 특별수사팀은 팀장 윤석렬 여주지청장으로 특수통이고 부팀장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으로 공안통이다. 6명의 파견검사 중 공안부 검사 3명 특수부 검사 1명, 첨단범죄수사부 검사 1명, 형사부 검사 1명 등이다. 팀장과 부팀장을 포함해 검사 8명 중 공안출신이 4명으로 절반이고 특수는 팀장과 검사1명으로 1/4이다.

이번 국정원 사건 수사의 핵심은 공안검사다. 공안검사의 경우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기법이 축척돼 있기 때문이다. 특수보다는 공안검사가 주축이 돼 있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핵심은 공안검사다. 공안검사들이 아니라면 수사를 끌고 가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수 대 공안의 갈등으로 몰아가면서 수사를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쪽은 특수통들이고 반대로 이를 막으려는 쪽은 공안통으로 분리해서 공안통 대 특수통의 갈등으로 몰아가거나 공안통은 보수적이고 특수통은 진보적이라고 하면서 갈등이 큰 것처럼 보도하거나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검찰내에서 공안통이냐 특수통이냐 구분이 있고 승진이나 어떤 현안을 두고 의견이 갈리기도 하지만 그걸 확대해석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공안 대 특수’의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이냐?

=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언론입장에서는 기사 쓰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어떤 사건을 보도하면서 하나의 대립구도 일종의 프레임을 만들어 대입시키는 방식을 종종 사용한다. 싸움을 붙이면 기사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기사를 쓰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갈등이나 싸움이 아니고 실체적 진실로 접근을 하면 취재도 어렵고 후속 보도를 하기도 어려운 측면도 있다.

국정원의 정치와 선거개입을 둘러싼 수사를 한 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와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채동욱 검찰총장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당시에도 언론에서는 사건의 본질인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검찰이 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는 지에 대한 본질적인 보도보다는 공안통 대 특수통의 대결로 몰아갔다.

황교안 법무장관.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황교안 법무장관은 대표적인 공안통이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대표적인 특수통이었기 때문에 이 구도는 충분히 먹혀들었다. 법무부와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기소하는 대신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하는 것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두 번째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프레임을 짜서 그 구도대로 몰고 가면 사건의 본질보다는 싸움 자체가 핵심 쟁점이 된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윤석렬 팀장이 조영곤 검사장의 지시대로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라고 반문을 하면서 "'공안 대 특수'의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가리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거듭 말하지만 국가정보원이 불법으로 선거에 개입했느냐 하는 점이라는 얘기다.

세번째는 검찰내부 분열을 노리는 측면이 있다.

사건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검사들은 국정원 사건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내막을 잘모른다. 그런데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공안 대 특수'의 갈등인 것처럼 얘기하고 그런 보도가 확산되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찰수사에 대해 청와대나 국정원 법무부 등 외압이 있다면 검사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공안 대 특수의 갈등으로 몰아가면 검찰내부에서 분열하고 서로간 반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왜 이렇게 장벽에 부딪히는 것이냐?

=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낼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왜 청와대가 무리하게 채동욱 총장을 찍어냈겠느냐? 의문이 일었는데 채 총장이 물러난 뒤 검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아! 이래서 그랬구나 하는 답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바람막이가 사라지 고나니 검찰이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검찰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전직 검찰고위관계자도 "검찰이 흔들리는 건 채동욱 총장을 찍어내기 할 때부터 예견됐던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는 어떻게 보면 간단한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힘을 실어주면 되는 문제다.

그리고 국정원이 메인서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허용하고 관련된 직원들 소환에 적극적으로 응하도록 하면 되는 문제다.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아니라고 하면서 수사에는 협조하지 않고, 관련된 직원들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조직적으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하면서 수사와 재판결과를 지켜보라고 얘기한다면 이를 믿을 수 있겠나?

간단하고 단순한 문제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박근혜 대통령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단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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