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끝까지 숨기려던 靑보고서,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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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연계 반대하는 소신 담겨.. 靑 지시로 2주뒤 번복

 

보건복지부가 8월 말 청와대에 제출했던 기초연금 관련 보고서가 국정감사를 계기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해서는 안된다는 복지부의 소신이 담겨있다.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 간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한 자리에서 해당 보고서에 근거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서는 안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무시하고 재검토 지시를 내렸고, 불과 2주 뒤인 9월 13일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시킨 최종안이 만들어져 청와대에 보고됐다.

이 문건은 복지부가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안을 공식적으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2주 만에 입장을 바꿨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의 원본을 제출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복지부는 "기밀 문서가 될 수 있다"고 제출을 거부했으며, 발췌록만 공개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얼마 앞두고 원본에 가까운 문건을 입수하면서 정부가 감추려 했던 부분이 명백히 드러났다.

복지부는 문건이 공개되자 유출자 색출에 나서는 등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실이 14일 제공한 보고서를 보면, 발췌록에는 통째로 빠져 있지만 원본에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이 조목조목 드러나있다.

우선, 복지부는 국민연금 제도의 미성숙과 기초노령연금으로 형성된 기득권 등으로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안은 현실에 적용시키기에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연금액은 31만원으로 낮은 수준인데, 무연금자가 받는 기초연금 2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국민들은 국민연금을 금융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급여 조정을 이해시키기 어렵고,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 수록 기초연금액이 작아져 장기 가입 유인이 저하된다고 적시돼 있다.

이같은 문제점 연금 전문가들이 익히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종합검토' 부분에서 복지부는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본안의 효과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렵다"며 "국민연금 체계가 건강하게 자리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어 "소득인정액 차등방식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하고, 국민연금 제도를 튼튼히 하고 제도적 여건이 갖춰지면 추후에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고 최종 결론내렸다.

하지만 진영 전 장관의 보고를 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그자리에서 곧바로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복지부가 국민연금 연계안을 반대하는 보고서를 들고 온 것에 대해 청와대가 강도높게 질타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후 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9월 4일 러시아로 출국하게 된다.

진영 전 장관이 박 대통령의 출국 직전 설득을 위해 면담을 재차 요청했지만 청와대 비서실에서 이를 묵살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청와대는 정정보도까지 청구하며 이를 부인한 상태이다.

보름 뒤인 9월 13일 청와대의 지시대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최종안이 만들어져 청와대에 서면 보고됐다. 진 전 장관은 구두 보고만 받고 결재를 하지 않았다. 진 전 장관이 사퇴를 결심한 시점도 이 때로 추정된다.

결국 뒤늦게 세상에 공개된 청와대 보고서는 복지부가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안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압력으로 2주만에 입장을 바꾸고 기초연금안을 급조했다는 증거물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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