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나라살림이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부채와 정부가 책임져야할 41개 공공기관 부채, 보증채무 등을 모두 합한 사실상의 나라 부채가 올해 1천조원을 넘었다. 가계부채에 이어 산술상의 나랏빚도 1천조원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이 빚은 2017년에는 1천200조원대까지 늘어난다.
지방자치단체 부채와 지방공기업 부채만도 올해 100조원에 이르는 점과 부채증가 속도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감당해야할 부채규모는 우려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기초연금 축소논란에서 볼 수 있듯 국민의 복지수요는 커지고 정치권도 이에 동조하는 추세다. 지금부터 부채관리를 바짝하지 않으면 언제든 나라빚에 국민의 등이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채무 10년새 3배 증가 국가채무는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03년 165조7천억원이었다. 그 사이 올해 추경을 감안한 부채는 480조3천억원으로 3배로 늘었다.
과거 정부의 복지 정책과 4대강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가 나은 결과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재정지출을 늘린 것도 부채 증가의 요인중 하나다.
국가채무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여유가 있다.
올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2%로 OECD 평균(108.8%)이나 미국(106.3%), 일본(219.1%), 독일(89.2%), 영국(103.9%)에 비해 낫다. 최근 동남아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금이 잇따라 대량 유입된 것은 안정적인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가채무는 내년 515조2천억원, 2015년 550조4천억원, 2016년 583조1천억원을 거쳐 2017년 610조원으로 3년새 100조원이 불어난다.
정부 기대와 달리 경제회복이 더디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전세계 경기를 위축한다면 정부의 나라빚 관리는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올해만도 7조~8조원의 세수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라빚 증가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더욱이 정치권은 해마다 각종 복지공약을 쏟아내며 국민의 복지수요를 자극하고 있어 재정부담을 키운다.
◇공공기관·지방 부채도 걱정거리 금융공기업을 제외한 공기업 부채는 5년전 195조9천억원에서 올해 3월말 현재 400조8천억원으로 배 가량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때 대형 건설 및 토목사업을 추진하면서 LH와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에 짐을 떠넘긴데 따른 결과다.
정부가 금융공기업을 포함해 재무관리에 나선 41개 공기업의 부채는 520조원이다. 부채비율이 244.6%로 불안하지만 자산(733조원)보다는 부채가 적어 아직까지는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 부채는 2017년 573조원으로 커진다. 그나마 정부가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비율을 210.5%로 낮추겠다는 전제아래서다. 지금 상태를 놔둘 경우 부채비율은 28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기준 공기업중 부채가 많은 곳은 LH로 147조8천억원(부채비율 467%)에 이른다. 한국전력공사(59조5천억원·148%), 한국가스공사[036460](35조3천억원·388%), 한국도로공사(26조3천억원·95%), 한국철도공사(17조9천억원·445%), 예금보험공사(48조4천억원·172%) 등도 부채가 많다. 대한석탄공사처럼 부채(1조5천억원)가 자산(6천억원)의 두배를 넘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부실덩어리도 있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이들 공기업의 부채는 자산보다 적은 상태여서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부채가 안심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얘기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 채무 대비 295개 공공기관의 채무비율이 118.3%에 달해 일본(43%), 캐나다(38.5%), 인도네시아(42.9%), 필리핀(27.8%) 등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하게 늘어난 부채는 공공기관 수익성을 악화하고 결국 국민 전반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 채무도 증가세이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기준 지자체의 채무잔액은 27조1천억원, 지방공기업 부채는 72조5천억원이다. 지자체 채무는 현금주의 회계기준이어서 발생주의 회계기준으로 환산하면 규모는 4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특히 지방공기업 부채는 매년 적자가 늘면서 1년새 6.9%나 증가했다.
◇정부, 강도높은 채무관리 돌입 정부는 책임질 부채 1천조원 돌파에 대해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부채는 내부거래가 제거되지 않아 부채규모가 과다하게 계상될 우려가 있다"고 해명하며 실제 부채가 줄어들 가능성을 언급했다.
공공부문 부채는 국제지침을 감안해 산출방안을 마련, 내년 3월 발표된다. 정부는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방지, 공공기관의 부채비율 축소를 위한 노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우선 공기업에 대해 자산 2조원 이상 기관 뿐 아니라 자본잠식 등 재무위험이 큰 석탄공사와 정부손실보전규정이 있는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중장기 재무관리 대상 기관에 포함키로 했다.
또 차입금의존도, 이자보상배율 등 다양한 재무지표를 추가해 부채 총량관리제를 실시하고 주무부처 협의회를 만들어 책임성을 높이기로 했다.
LH·수공·도공 등의 SOC 부문과 에너지 부문 투자비 축소 등 사업을 조정하고 재고자산 및 지분 매각 등 자산 처분, 원가절감 등을 통해 재무상황을 개선할 예정이다.
총괄 원가 회수를 위해 전력 등의 단계적인 요금현실화와 재정의 SOC 인프라 투자지원, 해외 자원개발의 정부출자 확대 등도 추진된다.
국가채무도 조세지출과 예산사업을 연계한 중복지원 방지, 불요불급한 보조사업 정비, 재정위험 모니터링 체제 마련, 재정개혁과제 신규발굴, 민자투자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최대한 줄이거나 증가를 억제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를 통해 36.5%까지 올라가는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2017년 35.6%로 낮춘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