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4시께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아파트 관리실로 들어오더니 택배 상자에 쓰인 동 호수와 수신자 이름이 자기 앞으로 돼 있다며 택배 상자를 내어줄 것을 요구했다.
경비원은 아무런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택배 기록 장부에 사인만 받은 채 택배 상자를 내줬다.
하지만 이날 저녁 진짜 주인이 택배를 찾으러 오면서, 그때서야 경비원은 낮의 그 남성에게 속았음을 알아 차렸다.
앞서 경기도 수원의 또 다른 아파트에선 물건을 맡겨 놨다는 쪽지를 들고 경비실에 찾아온 도둑에게 명품가방이 담긴 택배 상자 여러 개를 내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택배를 이용한 물품 구매나 선물 배송 등이 늘고 있는 가운데 택배를 노린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파트 경비실도 택배 도난 사고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택배 차량이 들어오는 시간은 주민이 직장, 학교생활로 집에 없어서 경비실에서 대부분 택배를 맡아 두는 탓에 절도범에게는 오히려 표적이 된다.
택배 상자에 동 호수와 수신자 이름까지 그대로 노출돼 있고, 경비원들이 일일이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
수원의 한 아파트 경비원 장모(63) 씨는 “명절 대목에는 하루에도 수 백개씩 택배가 오는데 어떻게 일일이 다 확인하고 줄 수 있겠느냐”며 “어쩔 수 없이 동 호수만 확인하고 내어 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배달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분실된 사실을 택배 회사에 알려야 보상받을 수 있지만, 명절 선물은 발송인이 뒤늦게 말하는 경우가 많아 시기를 놓치면 손해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