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골 안 들어갈 수 있으니 슛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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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 개입, 관행이나 원칙에 없던 일
- 영장 기각은 늘상 있는 일. 기각될까봐 청구도 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돼
- ‘국정원녀’에게 허락 받아가며 조사했다고? 빠져나갈 구멍 만들어주기 위한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8월 30일 (금)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 정관용> 댓글수사 축소, 외압 의혹을 받고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 경찰청장. 오늘 2차 공판이 열렸는데 권은희 수서서 수사과장이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아주 구체적인 진술들도 많이 했어요. 김용판 전 청장이 압수수색 영장을 화내면서 막았다. 서장도 두 차례 전화 받았다. 등등의 내용들이 나왔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전 경찰대 교수이시죠. 표창원 전 교수 연결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 표창원> 안녕하세요.

◇ 정관용> 경찰대 교수를 지내셨으니까 우선 여쭤보면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서울경찰청장이 원래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 겁니까?

◆ 표창원> 법으로 딱 정해진 건 없는데요. 일단 형사소송법상의 수사를 할 수 있는 사법경찰관은 경무관까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치안감 이상의 고위급 경찰관은 수사를 직접 할 수는 없는 신분이고요. 그거는 잘 아시다시피 검찰과 경찰은 간의 수사권 다툼 때문에요. 만약에 지방경찰청장급까지를 사법경찰관으로 포함시켜버리면 그냥 평검사가 지방경찰청장을 오라 가라 하거나 지휘할 수 있는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빼놓은 것이라서 사실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개입은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 하나는 범죄수사규칙이라는 곳에도 지방경찰청장은 일반적인 수사의 정책 수립. 그리고 수사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의 조성 이런 것들만 하도록 되어 있지 실질적으로 사건에 대해서 책임지거나 또는 관장하도록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구체적 수사 내용이나 그것의 진행방향 등등에 대해서 개입한 전례들이 있기는 있어요? 그런데.

◆ 표창원> 글쎄요. 일단 만약에 예를 들어서 연쇄살인사건이라든지 수사본부가 설치되어 있다, 큰 사건이다 그럴 경우에 수사 보고를 받기도 하고요. 그다음에 좀 잘 해라라든지 일반적인 그러한 이야기들은 하는 경우들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영장을 발부해라 마라라든지 또는 신문을 해라 마라라든지 피의자로 입건해라마라라든지 이런 것들은 하지 않죠. 할 수도 없고요. 할 경우에는 수사서류에 이름이 올라야 하고 그렇게 되면 자격이 없고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사실은 구체적인 수사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 정관용> 권은희 전 과장은 이렇게 오늘 법원에서 증언을 했더라고요. 전화를 자기한테 두 번이나 걸었다. 또 수서서 서장도 두 번이나 전화를 받았다. 그럼 지금 표창원 교수 생각에는 이건 관행이나 원칙에 없는 일이다.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 표창원> 그렇죠. 그런 일반적인 다른 사건 같으면 수사에 압력을 넣는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가 있죠. 피의자편이나 피해자편이든 어떤 편에서든지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입니다.

◇ 정관용> 그러면 원칙이나 관행이 없었던 행동이지만 이런 지시, 이걸 지시라봐야 됩니까? 뭐라고 봐야 됩니까? 어쨌든 그런 전화를 받으면 일선 경찰서의 수사과장이나 서장은 그걸 따를 수밖에 없나요? 아니면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 표창원> 복잡하죠. 왜냐하면 수사라는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 규칙상에서 보면 권한이 없는 행위이거든요. 그러므로 그 말을 안 들어도 되죠. 그렇게 되면 압력이 효과가 없는 것이 이 텐데. 문제는 일반 행정, 인사 행정적으로 보면 인사권자란 말이에요. 그분이 예를 들어 어떤 좌천을 시킬 수도 있는 거고, 승진에 누락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다음에 또 경찰이라는 조직 자체가 상명하복 위계질서가 있는 계급사회이다 보니까 그게 만약에 수사에 대한 법적인 지시가 아니라 일반적인 행정적인 지시다라고 하면 거부하면 그게 지시사항 불이행이 되어 버리거든요. 징계사유가 된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봤었을 때 어쨌든 그런 높은 서울경찰청장 같은 최고위급 간부가 한 이야기를 어긴다라는 건 엄청난 부담이 되는 거죠.

◇ 정관용> 원칙에는 맞지 않지만 어기기는 어려운 이런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그 말이로군요?

◆ 표창원> 그렇죠.

◇ 정관용> 그래서 실제로 수사진행도 그 서울경찰청장이 이야기한 대로 그렇게 된 거죠? 압수수색 영장?

◆ 표창원> 사실 그 당시에 제가 기억하시겠지만 처음에는 즉시강제로 진입해라. 그게 안 되고 응급성이 지나가는, 시간이 흘러가니까 압수수색 영장 발부받아라. 이런 공개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것 때문에 제가 사직한 것 아니겠습니까?

◇ 정관용> 네.

◆ 표창원> 그래서 사실은 즉시 강제적 진입도 하지 않고,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하지 않는 경찰, 특히 권은희 과장을 저희가 비판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 소극적인 태도로 경찰 신뢰를 떨어뜨린다. 그런데 지금 나온 걸 보면 그게 권은희 과장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싶었지만 서울경찰청장이 못하게 말렸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것은 경찰 일선에서는 원칙대로 수사를 하고자 했는데 결국 수뇌부에서 그것을 부당하게 막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백보를 양보해서 원칙에 맞지 않고 관행에도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 권은희 과장이 증언한 내용 그대로 보면 김용판 전 청장은 이런 논리를 편 같아요. 이건 내사사건인데다가 검찰에서 영장을 기각할 수도 있으니까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 이 논리는 말이 됩니까?

◆ 표창원>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 부분을 제가 국회 국정조사 참고인으로 나가서 말씀을 드렸지만. 예를 들어 내사사건일 때는 영장청구를 못하냐? 신청을 못하느냐? 아니거든요. 분명히 내사사건 때도 할 수가 있고 그렇게 됨으로써 검찰 지휘를 받게 되는 거죠. 그러므로 그 부분은 말이 안 되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 기각 가능성이 있으니까 청구하지 마라. 그러면 결국은 축구선수가 골대에 골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으니까 슛하지 마라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정관용> (웃음)

◆ 표창원>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결국 기각할 수도 있죠. 기각하거나 보완수사 요청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건 늘 있는 일입니다. 늘상 있는 그런 수사적인 일반적인 사항을 갑자기 서울경찰청장이나 되는 고위급 간부가 전화해서 중단시킬 정도의 사유는 절대로 안 된다는 거죠.

◇ 정관용> 내사사건인건 맞기는 맞아요? 그렇지 않은 것 아닙니까? 이게 민주당 측에서 다 제보하고 이렇게 해서 시작된 수사 아니에요?

◆ 표창원> 일단 수사가 되기 위해서는 입건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되거든요. 수사보고를 해야 되고 범죄혐의가 확인 되어야 하는데요. 현재 상황으로 공식적 형식적 절차적으로 본다면 아직 정식 입건을 하지 않은 단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내사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 같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건 그 정도로 말씀을 듣고. 또 하나 오늘 중요한 진술 나온 게. 경찰청의 디지털분석팀에서 문제의 국정원 여직원 김 씨 노트북을 분석하지 않았습니까?

◆ 표창원> 네.

◇ 정관용> 그런데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이것 들여다봐도 됩니까? 들여다보지 말까요?” 이거를 바로 그 해당되는 여직원 김 씨의 허락을 받으면서 하려고 했다라는 진술도 권은희 전 과장이 했거든요? 이건 무슨 얘기입니까?

◆ 표창원> 그 부분이 사실은 임의제출의 어떤 영향, 효과 부분인데요.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분명히 임의제출을 받은 물품에 대해서는 압수수색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건 결국은 수사 필요한 부분. 예를 들어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될 때는 어떠어떠한 수사 필요한 영역에 대해서 하라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나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절도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불심검문을 하면서 “뒤져봐도 됩니까?”라고 했을 때. 그 사람이 “예, 좋습니다.” 라고 하는데 “오른쪽 뒤져봐도 되나요? 왼쪽 뒤져봐도 되나요?” 이렇게 묻는다면 “아니요, 오른쪽만 뒤지세요.” 이러면 “네.” 그러고 오른쪽만 뒤지니까 “없으니까 가세요.” 이게 말이 되느냐는 거죠. 마찬가지로 지금 권 과장은 일단 임의제출을 받았다면 “이 하드디스크 내에 해당되는 자료 있는지 검색하겠습니다.” 라고 한 것으로 지금 보여지고 있고요. 그 상황에 대해서 당시 김 국정원 직원이 동의를 했죠. “네.”라고. 그랬다라면 그 이후에는 사실은 서버 디렉터리 내에 해당되는 자료들은 일괄적으로 분석을 해 봐야 되는 거죠. 그런데 서울청 디지털분석팀에서 그 해당자를 입회시키려고 했다라는 것이죠. 입회시켜서 그 사람에게 일일이 확인을 받으면서 “이것 됩니까? 저것 됩니까?” 하려고 했다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표창원> 그것은 결국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절도 피의자에게 오른쪽 뒤져도 되느냐, 왼쪽 뒤져도 되느냐 이런 식으로 해서 안 된다고 하면 안 했다라는. 그건 이 사람의 혐의를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줘서 혹시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곳은 안 뒤지겠다는 그런 의도로 받아들여야 되겠죠.

◇ 정관용> 명쾌하네요. 절도용의자한테 오른쪽 주머니, 왼쪽 주머니 설명을 들으니까 무슨 말인지 금방 귀에 들어오는데요. 아무튼 이런 증언들을 종합해서 이게 외압이냐 그렇지 않으냐 아마도 법원이 판단을 내리게 되겠죠.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표창원>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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