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잡아먹는 하마'…불가마 유리벽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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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의 25%는 냉난방기 가동비 차지
유리벽 건물 일반 건물보다 에너지 효율 떨어져
유리 장점을 살리려면 적정한 시공 필요

인천송도국제도시 G-타워(좌)와 미추홀타워(우)

 

유행처럼 인천송도국제도시에 유리벽으로 지어진 관공서 건물들이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일반 건물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여름철엔 실내 더위를 가중시켜 거대한 온실로 변하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주변 바다를 배경으로 유리로 지어진 33층짜리 건물 G-타워.

이 건물에서 지난달에 사용한 전력량은 총 47만kwh, 부과된 전기요금은 무려 8,800여만 원.

이는 대형마트 1개 지점이나 대형종합병원 1곳이 한달간 전기를 사용한 금액과 맞먹는 규모로 아직 입주율이 70% 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똑같은 유리벽 방식으로 지어진 미추홀타워와 갯벌타워에도 각각 6,400여만 원과 5,100여만 원의 전기요금이 부과됐다.

이중 약 25%가 냉방기 가동으로 발생한 금액이다. 장마철인 7월보다 본격적인 폭염이 지속된 8월에는 훨씬 더 많은 전기요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오전 11시 현재 G-타워의 실내온도는 30도.

사방이 유리벽으로 된 첨단과 화려함을 자랑하지만 강한 태양열에 달궈져 냉방을 해도 건물 안은 덥다.

하루 업무를 시작한지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인천경제청 직원들은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직원들은 더위를 식히려 바깥 옥외 휴게소를 오가지만 효과는 그때 뿐.

"건물전체가 통유리여서 에어컨을 틀어도 굉장히 더워요"

"창문을 닫아 놓고 땡볕에 하루 종일 세워 놓은 차 안에 막 들어온 기분이예요"

사무실마다 더위에 지친 표정에 덥다는 얘기만 들릴 정도다.

미추홀타워와 갯벌타워 역시 G-타워와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건물에서는 냉난방 설비가 중앙집중식으로 설계돼 요즘 매일 1시간 또는 30분 간격으로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유리벽 건물들이 일반 건물보다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데도 냉방효과는 적다는 점이다.

이유는 햇빛 때문. 유리를 통해 들어온 햇빛으로 인해 생긴 건물상층부의 복사열이 찬 공기를 올라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겨울철에도 유리의 열 보온성이 떨어져 바깥의 찬 공기로 인해 유리가 차가워지고 이 때문에 내부 공기가 식어 난방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최경석 박사는 "유리는 단열 성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실내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열손실이 많아 단열재가 들어간 벽체에 비해 에너지 손실이 5배~8배까지 많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그러나 "많은 종류의 유리가 있는 만큼 적정한 시공이 이뤄진다면 유리건물의 장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쾌적함까지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공된 인천송도국제도시의 대형 유리벽 건물들이 여름철 전력 낭비의 주범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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