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의 독설(?) "필리핀에선 못 넣더니 여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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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대표팀 후배 김종규, 김민구에 유쾌한 입담 과시

승부를 즐길 줄 아는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 (사진 제공/KBL)

 

1997년 미국프로농구(NBA) 결승 1차전 막판, 시카고 불스의 스카티 피펜은 자유투를 준비하던 유타 재즈의 칼 말론에게 다가가 한 마디를 건넸다.

"우편배달부는 일요일에 배달을 하지 않아"라고.

우편배달부(The mail man)은 말론의 별명이었고 경기 당일은 일요일이었다. 말론은 피펜의 농담을 웃어 넘기는 듯 보였지만 결국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시카고가 그렇게 1차전을 가져갔다.

20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아마농구 최강전 울산 모비스와 경희대의 8강전.

경희대가 41-37로 앞선 3쿼터 종료 7분여를 남겨두고 김종규가 자유투 라인에 섰다. 김종규는 침착하게 1구를 성공시켰다. 이때 모비스의 베테랑 가드 양동근이 김종규에게 다가갔다. 둘은 최근 필리핀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출전한 동료였다.

양동근의 말을 전해들은 김종규는 환하게 웃었다. 치열한 승부처에서 적으로 만난 선수끼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란 쉽지 않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양동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 진실을 공개했다. "사실은 종규에게 필리핀에서는 못 넣더니 여기서는 다 넣냐고 말했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기자회견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양동근의 독설(?)은 효과가 컸다. 오래 전, 피펜의 한 마디에 말론이 흔들렸던 것처럼 김종규는 두 번째 자유투를 놓쳤다.

미국식 표현으로는 '트래쉬 토크(trash talk)'라고 한다. 자극적인 말로 상대를 흔들리게 하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상대를 화나게 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피펜과 양동근의 예처럼 재치를 섞으면 효과 만점. 농구 코트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다만, 상대의 가족을 언급하는 등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양동근의 독설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대표팀 동료였던 경희대 가드 김민구 역시 "동근이 형이 경기 도중에 계속 '너네 정말 너무한다'며 투덜댔다"며 웃었다.

모비스는 21일 오후 고려대와 4강전을 벌인다. 고려대에는 이종현과 문성곤 등 대표팀 멤버 2명이 있다. 양동근의 독설이 기대되는 경기다.

양동근은 "8강 경기를 보니까 성곤이는 3점슛을 성공시키고 손가락 세리머니를 했고 종현이도 덩크를 하고 많이 좋아하더라. 형들이랑 할 때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웃더니 손가락을 잡고 꺾는 시늉을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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