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그림책 '꽃할머니'는 왜 일본서 출간되지 못했나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 언론시사 기자간담회

그리고 싶은 것 언론시사 기자간담회(시네마 달 제공)

 

일본군 위안부 그림책 ‘꽃할머니’ 제작 과정을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에 대한 고민을 담은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연출 권효|배급 ㈜시네마달)이 1일 서울 행당동에 있는 왕십리CGV점에서 언론에 첫 공개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중일 평화그림책 프로젝트 중에서 위안부 소재를 다룬 꽃할머니의 제작과정을 통해 한일간 과거를 바라보는 역사인식의 차이를 그려냈다.

또한 본인 역시 성폭력 피해자인 권윤덕 작가가 치열한 자기성찰을 통해 어떻게 증오심에서 벗어나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한중일 평화그림책 프로젝트는 2007년 일본에서 도착한 한 통의 이메일에서 출발됐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 타시마 세이조가 TV서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하는 광경을 보고 전쟁을 켞은 마지막 세대로서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결심하게 된 것.

그는 3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증오의 역사와 단절하고 평화의 역사를 새로 그리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과 중국의 그림책 작가에게 함께 평화의 그림책을 그리자고 제안한다.

그해 중국 난징에서는 3국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총 12명의 작가가 ‘기록과 공감 그리고 희망의 연대’를 화두로 평화그림책을 완성해 3국에서 공동 출판하기로 결의한다.

권윤덕 작가는 12명의 작가 중 유일한 여성작가로서 위안부 피해여성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그려내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동료들의 뜨거운 지지 속에서 작업을 시작하지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의 상처가 그림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한다.

그녀의 스케치를 둘러싼 한국, 일본 작가들의 치열한 논쟁 속에서 그림책의 완성은 기약 없이 흘러가고, 함께 평화를 그려내자고 했던 일본 출판사의 ‘무기한 출판 연기’ 통보는 그녀를 점점 지치게 한다.

꽃할머니는 권윤덕 작가가 연습종이만 3729장, 몇 번의 수정 작업 끝에 스케치와 채색에만 약 2년이 걸렸으며, 2010년 한국에서 먼저 출간됐다. 이후 꽃할머니보다 늦게 제작된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평화란 어떤 걸까?' '경극이 사라진 날'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등이 3국에서 출간됐다.

권윤덕 작가는 이날 권효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근 일본 출판사에서 보내온 편지를 공개했다. 요지는 일본의 우경화로 인해 지금으로서는 출판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권윤덕 작가는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평화그림책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본의 그림책 작가들도 방법을 찾아보자는 응원의 편지를 보내왔다"며 꽃할머니 일본 출판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권효 감독 또한 “그리고 싶은 것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꽃할머니가 일본에서 출판되는 모습을 담지 못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위안부’ 이야기를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작품을 제작했다” “스스로 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공감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꽃할머니의 주인공인 심달연 할머니는 책이 출간된 지난 2010년 12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권윤덕 작가는 “처음에는 저 자신 또한 증오심과 복수심에 차 그런 감정이 강하게 묻어나는 그림을 그렸다면, 일본출판사와 부대끼면서 이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를 고민했고, 변해갔다. 결과적으로 꽃할머니는 아름답고 슬픈, 가슴에 와닿는 책으로 그려졌다”고 했다.

“너무나 기쁘게도 꽃할머니를 본 실제 주인공 故심달연 할머니가 너무나 좋아하셨다. 결과적으로 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을 전부 그렸다.”

권윤덕 작가는 그림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한일 어린이를 상대로 수 차례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또한 출간 이후에도 어린이 독자를 만났다.

그는 “꽃할머니를 한국에서 출판하고 아이들을 많이 만났는데, 아이들이 일본에 대해 강한 선입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를 넘어서 우리가 분노해야 하는 대상이 일본이 아니고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이고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이 평화를 사랑하고 서로 연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권효 감독과 권윤덕 작가는 마지막 인사로 "그리고 싶은 것이 사람들에게 잔잔하게 번져나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현재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는 58명이고 평균나이는 84세다. 역사의 증인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싶은 것은 15일, 광복절에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