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독재로 얼룩진 이승만·박정희 시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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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한국 현대사/임영태/유리창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발생한 사건이나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현재 우리의 행동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역사라는 뜻이다.' - 신간 '살아 있는 한국 현대사' 1권 '산골 대통령 한국을 지배하다' 14쪽

1945년 해방 뒤 펼쳐진 한국 현대사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의 인터넷 댓글을 통한 조직적인 선거 개입, 정치권의 NLL 논란 등이 일어나는 이유도 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책 살아 있는 한국 현대사는 그 여정에 동참하려는 이들에게 큰 보탬을 주는 역사서다.

이 책은 1권 '산골 대통령 한국을 지배하다', 2권 '국민을 위한 권력은 없다'로 구성됐다.
1권은 해방 이후 정권을 잡아 4·19혁명으로 하야할 때까지 이승만 시대(1945-1959년)를 다룬다. 지은이는 이 시대를 '과대 반공 국가의 가혹한 폭력의 시대'라고 부른다. 여기서 산골 대통령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두르던 시골의 지서 주임을 뜻한다. 이승만 정권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친일 경찰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다.

'미군정 고위층은 친일파로 의심받은 지주 출신 유학파들이 요직을 차지했고, 그 아래는 일제강점기 친일 관료들이 재빠르게 변신해 다시 중요한 직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미군과 가까워지기 위해 밤새워 영어 공부를 했다. 남한 땅에 미군이 들어오고 군정이 실시되면서 영어 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바뀐 세상에서는 영어만 하면 군정에서 한자리 차지할 수도 있었다. (45, 46쪽)'

박정희 시대(1960-1979년)를 다룬 2권의 부재는 '개발독재 병영국가'. 지은이는 이 때를 '중앙정보부를 앞세운 절대 권력자가 통치한 시대'라고 규정한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를 통해 권력을 유지했고 김대중 납치 사건, 민청학련 사건, 인혁당 사건, 장준하 의문사 등 납치와 용공 조작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협했다는 것이다.

'유신 체제는 1인 지배 체제를 제도화한 것으로, 민주주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박정희와 소수친위 인사들이 권력을 독점한 집정관 체제다. 그는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분배보다 성장에 치중했고, 대기업과 독점재벌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18, 19쪽)'

이념적 편향을 뛰어넘어 사실에 기초해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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