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병사 제도 폐지의 시발탄이 된 SBS '현장21'의 보도 (방송 캡처)
16년 역사의 연예병사 제도가 씁쓸함을 남기고 사라지게 됐다.
불미스러운 논란으로 폐지됐지만 처음 연예병사 제도는 국군 장병의 사기 진작을 위한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연예병사 제도는 1996년 국방부가 각 군별로 존재하던 ‘문화선전대’를 국방홍보지원대로 통합하면서 시작됐다.
차인표는 초기 시절의 대표적인 연예병사로 군영화, 군드라마 등을 찍으며 군에서 복무했다.
1994년 12월 입대한 차인표는 당대 최고의 톱스타였지만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엔 인기 연예인들의 현역 입대가 극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 대중에게 잊어질까 두려워 병역 비리를 저지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당시 연예병사는 지금과는 달리 홍보활동과 군생활이 별개였기 때문에 그는 군생활은 군생활대로 하고, 틈틈이 홍보 영상을 찍어야만 했다.
일례로 96년 병영드라마 ‘신고합니다’를 제작할 때 차인표는 육군 상병 월급 15,000원을 받으며 촬영에 임했다. 그의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3시간이었고, 촬영일정에 쫓겨 불규칙한 생활로 몸무게가 10kg이나 불었다.
이처럼 연예병사들은 연예인이기에 일반병사보다 더 고된 군생활을 하기도 했다.
연예병사 복무실태 논란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11년 '2008년 이후 현재까지 군 입대한 연예사병의 근무 평정, 체력훈련·사격 점수, 포상·징계 내역'의 분석 결과가 공개되면서부터다.
특히 방송인 붐은 복무기간 중 150일이나 휴가를 나와 구설수에 올랐다. 1년 10개월을 복무한 붐의 경우 군생활의 1/4 정도를 휴가로 보낸 셈이었다. 특이사항이 없는 일반사병의 정기휴가가 35일인 점을 감안하면 붐의 휴가일수는 일반사병보다 4배나 많다.
분석 결과를 공개했던 신학용 의원은 “연예사병이란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열심히 복무해도 표창 한 번 받기 어려운 일반 병사들에 비해 표창이 너무 많은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라고 전한 바 있다.
가수 비 역시 휴가일수에 발목을 잡혀 곤욕을 치렀다.
비는 지난 1월 배우 김태희와의 열애설과 함께 365일 중 71일의 휴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특혜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비는 복무 중 영외 이탈, 탈모 보행 등의 문제로 근신 징계를 받았다.
아직 이때까지는 연예병사 제도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대두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SBS ‘현장 21’은 연예병사 복무실태를 폭로하면서 연예병사 개개인의 논란이 제도 폐지의 문제로 번진 것.
‘현장 21’에 따르면 비를 비롯한 연예병사들은 지방 행사를 마치고 모텔에 짐을 풀었다. 이후 이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사복차림으로 관계자들과 술을 마셨다. 이 중 세븐과 상추가 별도로 안마시술소를 방문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비의 휴가일수 사태 당시, 국방부가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을 만들어 복무규율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이런 사태가 터진 것에 있었다. 여론은 연예병사 제도에 회의를 느끼고 효용성을 문제 삼으며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특별감사팀을 구성해 연예병사가 소속된 국방홍보지원대 등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고 결국 연예병사 제도는 18일 폐지됐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인턴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