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자료 사진)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11일 퇴임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을 주름 잡았던 '4대천왕'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앞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난 데 반해, 어 회장은 임기를 모두 채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어 회장은 이날 퇴임사에서도 '고대 인맥'을 강조했다. 어 회장에 대한 이임식은 이날 오후 KB금융지주 명동 본점에서 진행됐다.
어 회장은 "인력구조 개선, 카드사 분사 및 증권, 선물 통합, 전사적 비용절감 운동까지 모두 쉽지 않은 일들이었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인촌(고려대 설립자) 선생의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으로 업무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최고의 금융기관인 KB금융그룹에서 회장으로 재임할 수 있었던 것을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제 인생에서 고려대 총장과 KB금융그룹 수장의 자리가 언제나 빛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임기 동안의 공과와 함께 앞으로에 대한 기대도 언급했다.
그는 "비록 욕심만큼 이루진 못했어도 여러분들 노력의 결과, 그룹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고객을 먼저 생각하게 됐고,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역량도 한층 높아졌다"며 "경영의 투명성과 인사의 독립성도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도 인사나 대출 청탁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제게 공이 있다면 모두 임직원 여러분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업무 실적에 대한 평가가 저조한 것을 의식한 듯, "3년 동안의 경영여건이 유래 없는 위기상황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 회장은 "이유가 무엇이든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이 되기 위한 노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남은 여러분들께 짐을 드리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며 "다행인 것은 지난 3년간 저와 함께 경영을 맡아온 신임 임영록 회장에게 바톤을 넘기게 되어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어 회장의 퇴임에 따라 KB금융지주는 12일 오전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주주총회 직후 신임 임영록 회장에 대한 취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어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와 김 전 회장에 대한 징계 여부가 다음달 열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확정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강 전 회장도 징계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어 회장은 측근 박동창 전 부사장이 일부 사외이사의 재선임 제지를 위해 주주총회 안건 분석회사인 미국 ISS에 왜곡된 정보를 유출한 책임으로 징계 대상에 오른 상태다.
김 전 회장은 2011년 퇴출을 앞둔 미래저축은행에 하나캐피탈이 유상증자로 지원하도록 김종준 당시 사장(현 하나은행장)에게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어 회장이 징계를 받게 되면 KB금융지주는 1대인 황영기 전 회장, 2대인 강정원 전 회장에 이어 3대 회장 모두 감독 당국의 징계를 받는 것이다. 어 회장이 문책 경고 상당을 받으면 3년간 금융권 취업이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