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막아나선 밀양주민, 건강권·인권 침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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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나 사후관리도 없어…극단적 행동 위험성도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한국전력과의 극한 대치상황을 빚었던 밀양주민들이 몸과 마음을 심하게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밀양 송전탑 건설 저지에 나섰던 밀양 주민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비율이 전쟁이나 내전을 겪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3일 오후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밀양 765kV 송전탑 인권침해 조사 결과 보고회'에서 밀양 지역 주민 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건강 피해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 조사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에 준하는 심리적인 외상을 가질 정도로 심각한 위험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주민 10명 중 7명이 고위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 대상자 중 매우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는 이들은 35.4%에 달했다.

심지어 9·11 사태 당시 미국 시민보다 4.1배, 레바논 내전을 겪은 시민보다 2.4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주민이 사고·전쟁·해고 등과 맞먹는 수준의 심리적 외상과 충격을 겪는다는 걸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또, 우울증 고위험군은 17.7%, 불안장애 고위험군은 30.4%, 공포 장애 고위험군은 29.1%로 조사됐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라는 문항에 '꽤 심하다' 혹은 '아주 심하다'라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도 31.7%에 달했다.

이와 함께, 신체적인 건강도 크게 나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송전탑 건설 시공사 직원들과의 대치 상황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정서적 충격, 흥분 등이 주민들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치과정에서 노인들의 무릎, 허리 등에 과중한 부담을 줘 퇴행성 관절염 등의 근골격계질환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조사대상자의 36.7%가 부상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대치과정에서 몸싸움 등으로 발생한 구체적인 신체적 피해로 확인됐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 조사 결과,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에 따른 갈등으로 인한 심각한 정신심리적 피해와 신체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배상이나 치료, 사후적인 관리도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피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주민들과의 합의 없이 진행되는 공사재개 등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 경우, 주민들의 정신심리적 피해의 정도가 깊어지거나, 나아가 극단적인 행동을 포함한 파국적 상황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건보련 이상윤 정책위원은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감 속에서도 절대로 우리 땅에 송전탑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며 "주민들의 기대와 결론이 다르게 나왔을 때 파국이나 우려할만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건보련은 이에 따라, "정부와 한전은 파국적 상황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주민들의 정신심리적 피해를 불러일으킬 더 이상의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전문가협의체를 통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상임활동가는 "파괴된 마을공동체나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회복적인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예산이나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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