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편하게 해주니 결혼후 좋은 성적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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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둑 9단 김지석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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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꽃미남, GS김 그리고 검투사. 최근 바둑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김지석9단(24)의 애칭이다. 부러울 게 없는 가족과 곱상한 외모, 젠틀하고 포근한 느낌. 그러나 그의 바둑은 거칠다. 검투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상대가 싸움을 걸면 물러서지 않는다. 맞받아 쳐서 제압해야 직성이 풀리는 기풍이다. 김9단은 지난달 22일 끝난 GS칼텍스배 결승에서 이세돌9단을 상대로 전투바둑의 진수를 보이며 항서를 받아냈다. 국내기전 우승으로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기사는 드물다. 1인자 이세돌에 3-0 완승을 거뒀으니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세돌에 의해 ''미래권력'' 박정환9단을 제치고 후계자로 지명됐던 김9단은 이9단의 ''안목''을 높여준 셈이다. 지난달 30일 한국기원에서 김9단을 만났다.

-이세돌9단과의 대국이 온통 화제다.

대국 전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심리적인위축이 있었을 법 한데…(대국 전까지 김지석은 이세돌에 4승12패로 초라했다)

상대전적은 크게 신경을 안 썼고요. 물론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방적으로 밀릴까봐 승부보다 좋은 내용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을 비웠다고 할까요.

-이9단 같은 경우는 큰 대회를 앞두면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 김9단은 그런 훈련을 하는가.

저는 오히려 너무 이겨야지 하고 하면 더 안 풀려서 편하게 마음먹었어요. 1국 전에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기원 앞에서 우연히 친한 외국기사를 만나 얘기도 하고 하다 보니 긴장이 많이 풀렸어요. 또 1국을 운 좋게 이겨서 2,3국 때는 마음이 편해졌어요.

-올해 초 이9단이 후계로 지목했을 땐 기쁘기도 했겠지만 부담스럽진 않았나. 세계 1인자 급이 지목했는데…

일단 그렇게 좋게 봐주셔서 너무 고마웠고요. 그때까지 저 스스로 느끼기에 자리도 못 잡고 후배들한테 조금 밀리는 감이 있어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그 말이 큰 힘이 돼서 열심히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바둑을 하게 된 계기는? 누가 권유했나. 형이 바둑을 배우고 싶어 해서 부모님이 저와 함께 기원에 보내셨어요. 2년 정도 다녔을 때 부모님이 둘 중에 한 명은 공부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형과 대국을 해 이긴 제가 바둑을 하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기억이 안나요(웃음).

-어릴 땐 개구쟁이였나. 초등2년 때 조훈현9단의 집에 바둑 공부하러 들어갔다가 열흘도 못돼서 나왔다고 하던데…

개구쟁이 맞았던 거 같고요. 조9단 집에 가선 열흘정도 있었는데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고 집도 놀이터처럼 커서 놀기에 정신이 팔렸어요. 재밌는 것 천지라 바둑공부는 한 기억이 없어요(웃음).

-혹시 온라인 게임도 좋아하나.

아니요. 게임은 거의 안하지만 운동은 좋아하고 이것저것 두루두루 좋아해요 만화도 즐겨봐요.

-전투바둑으로 알려졌는데 혹시 성격도 호전적이진 않나. 겉은 조용해도 내면은 꿈틀꿈틀 거리는 사람들 많다. 최철한9단도 곱상한 외모지만 별명이 독사지 않는가.

호전적이진 않아요. 바둑도 그렇게 전투적이진 않고요.(웃음) 가끔 적극적일 때도 있지만… 어떤 기사는 제 바둑이 거칠다고 말하지만 세기가 부족하다는 뜻일 거예요. 평소 호기심이 많기는 해요.

-전투바둑이면 불계로 끝나는 경우가 많나.

제 바둑이 특별히 불계가 많거나 그렇진 않고요, 요즘 전체적으로 계가 바둑이 많이 줄어 열판에 두 판 정도밖에 안될 걸요.

-박정환(3승9패), 최철한(5승12패), 이창호(2승5패) 등과의 성적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국내 기사 중 까다로운 기사는?

이창호9단도 까다롭고 최철한, 박정환 등 적극적인 스타일이 대국에서는 힘들어요.

-만 23살인 작년 12월에 결혼했다. 신혼인데 결혼 후 성적이 좋아진 거 같다. 내조를 잘해주나요

예, 아직까진 성적이 좋아요. 딱히 뭐 내조를 어떻게 잘해준다고 말하긴 그렇고 그냥 여러 가지로 불편하지 않게 맘 편하게 해줘요. 특별한 건 없지만 승부에 상관없이… 이번 우승 때도 무덤덤하게 대해줬는데, 그런 점이 편해요.

-신부도 바둑실력이 출중하다고 들었다. 가끔이라도 바둑을 두나. 몇 점 정도 접어주나.

바둑을 잘 두는데 좋아하지는 않더라고요. 7점과 6점을 접어주고 두 판인가 두어 봤는데 제가 판이 안 되고(이길 수 없고) 4점 정도 접어주고 두면 만만치 않을 거 같아요.

-신부는 어떻게 만났나. 약학대학원(서울대)를 졸업한 재원이라도 들었는데 혹시 약사인 어머니의 소개로 만났나.

어릴 때 신부와 같이 바둑학원에 다녔던 프로기사들을 통해서 어떻게 알게 됐어요. -상금은 어디에 썼어요. 아내에게 줬어요. 지금까지는 부모님이 관리해주셨는데 독립 후 정리가 돼서 이제는 아내가 다 관리하고 저는 신경을 안 써요.

-2세를 프로기사로 키울 생각은? 일단은 처음에 가르쳐보고 본인이 하고 싶어 하면 계속하게 해 줄 거예요.

-올해 꼭 따고 싶은 타이틀은?

시간이 긴 바둑에서 좋은 성적을 못 내서 한번이라도 우승해보고 싶어요. 특히 시간도 길고 중국기사들도 다 오는 세계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고 싶네요.

-프로기사 생활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힐링멘토''가 되어주는 동료기사가 있었나

기사들끼리는 서로 다 어떤 마음인지 알긴 하는데, 딱히 어떻게 위로를 해주고 그런 건 별로 없어요. 저는 아버지(전남대 교수)가 지금까지는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현재 삼천리자전거에서 후원하는 신사연구회에서 최철한, 박정환 등과 연구 활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식으로 공부하나

최근에 뒀던 기보를 연구하고 연구실에 나온 사람들끼리 시합해요. 그냥 두면 투지가 안살아 올라서 5000원 정도 걸고 바둑을 둬요. 큰 부담 없이요. 신사동에 안가면 한국기원 뒤쪽에 기사들끼리 만든 연구실이 있는데 거기서 공부해요. 거의 매일 둘 중 한곳에 있다고 보면 되요.

-일반인들이 바둑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제 경우는 사활문제를 많이 풀어요. 물론 바둑판이 넓지만 사활의 확대판이라 할 수 있잖아요. 사활문제를 풀면 해결해가는 기술들이 늘어나니까요.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가 다른 약속이 있어 허둥지둥 나오는데 김9단이 종이컵을 챙겨 쓰레기통에 얌전히 넣는다. 별칭을 하나 더 붙여줘도 될 거 같다. 영락없는 ''모범생''.

프로필

-1989년 생 -2003년 12월 입단 -2009년 한국물가정보배 우승 (이창호에 2:0) -박카스배 천원전 준우승 (박정환에 0:3)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 MVP -바둑대상 3관왕 (다승상, 연승상, 승률상) -2012년 한국물가정보배 준우승 (안성준에 0:2) -한국바둑리그 MVP -2013년 GS칼텍스배 우승 (이세돌에 3-0) -9단 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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