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상습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도박 전력자가 굴지의 대기업 핵심 부서에 배치됐던 것으로 드러나 직원관리의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평가다.
◈ 165억원 횡령 삼성 직원…상습도박 혐의로 두 차례나 처벌
14일 서울남부지법 등에 따르면 전 삼성전자 재경팀 자금그룹 직원인 박 씨는 지난해 9월 마카오에서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씨는 마카오에 있는 호텔 카지노에서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모두 26차례에 걸쳐 판돈 6억 9,300여만원을 걸고 카드게임의 일종인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주채광 판사는 ''''범행 횟수와 도박자금의 규모, 동종의 범행이 반복된 점에 비춰 상습성이 인정된다''''며 11월 15일 박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 씨가 이미 같은 혐의로 한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을 감안해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박씨는 2009년 1월에도 상습도박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 삼성의 허술한 직원 관리…도박 전력자를 재무팀에
이상한 점은 지난해 국내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연 매출 200조원을 넘어선 글로벌기업 삼성전자의 허술한 직원 관리이다.
박 씨는 2010년 4월부터 삼성전자 재경팀 자금그룹에서 채권매각과 외화 및 원화 운영 등의 업무를 맡았다. 상습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도박 전력자가 기업의 핵심 부서에 배치된 것이다.
심지어 박 씨는 지난해 5월부터는 거래은행의 여신을 관리하는 직책으로 옮겼다. 7억원 가량을 도박에 탕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9월 이후에도 박 씨는 11월까지 업무를 계속할 수 있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CBS노컷뉴스가 횡령 사건을 단독 보도하자(''''간 부은 대리, 삼성전자 100억원대 횡령사건 터져'''') 자체감사를 통해 박씨의 횡령 혐의를 적발하고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리급 직원이 2년 넘게 한 달에 한 번 꼴로 마카오를 찾아 상습도박을 하고 165억원의 거액을 빼돌렸는데도 사전에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직원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박 씨가 개인재산을 도박으로 잃고 나서 회삿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며 ''''집안에서 도박자금을 추적하다 회삿돈 횡령이 드러난 것이지, 삼성의 자체감사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씨는 빼돌린 회삿돈 165억여원 전부를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5차례에 걸쳐 환치기를 통해 국외로 불법 송금했다. 마카오에서 도박에 빠진 지 9개월이 지나서야 회삿돈을 건드리기 시작한 데다 빼돌린 돈은 대부분 빚을 갚거나 도박자금으로 탕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