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11일 박 당선인이 인수위의 첫날 업무보고에 대해 불편해 했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국민 입장에서 문제를 풀려는 모습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관의 입장에서 과거의 관행에 기대 문제를 그대로 유지해 가려는 부분에 대한 불편함이라는 게 박 대변인의 설명이다.
박 당선인이 첫날 업무보고에 대해 불편해 했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업무 태도에 대한 강한 질타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인의 공약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재원 마련의 어려움 등을 들어 공약이행이 쉽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한 경고인 셈이다.
박 당선인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는 각 부처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병 월급 인상 관련, 업무보고에서 재원 확보 문제가 논의된 국방부 경우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실행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 후속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11일 업무보고에서는 현 실태에 대한 개괄적 보고가 이뤄졌다"며 "현실만 얘기했으니 당연히 한계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 부처로서는 공약을 실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보강할 부분에 대해 앞으로 인수위와 적극적으로 조율하면서 현실적 방안들을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13일 업무보고에 나설 기획재정부는 준비에 분주한 가운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기재부 의 한 관계자는 "업무보고는 기획조정실에서 준비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현재 상황을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15일 업무보고를 앞둔 금융위원회는 휴일인 12일에도 김석동 위원장과 추경호 부위원장 등 고위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업무보고 준비를 위한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특히 차기 정부의 최대 현안인 가계부채, 하우스푸어 문제와 관련해 박 당선인의 ''국민행복기금''이나 ''지분매각제도'' 공약 이행 및 재원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공약 가운데는 즉시 시행할 수 있는 게 있고, 시간이 좀 걸리는 게 있고, 재원이 소요되는 것도 있다"며 "이를 어떻게 분류하고 현실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지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의 불편함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경제 관련 부처의 한 공무원은 "지금 업무 보고 양식이 현 정부 정책도 존중하며 보고하라는 것인데, 현 정부를 두둔하며 이뤄지는 업무보고에서는 돈이 들어가는 데 대해 유보적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재원 마련 문제나 이해관계자 반발 같은 쟁점사항이 있는 이슈도 당연히 있지 않겠느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복지 관련 부처의 공무원은 한발 더 나아가 "4대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보장이나 기초연금도입 등은 엄청난 재원이 들어 실현이 쉽지 않다고 모두들 얘기하고 있지 않냐"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