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일 전 차장 자살, 도청사건 부담 때문인 듯

이수일
국정원 불법 도청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오던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이 광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정원 도청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은 20일 밤 8시 50분쯤이었다.

호남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이 전 차장은 이 대학의 총장 관사로 쓰던 광주시 서구 쌍촌동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숨져있었다.

처음 자살 현장을 목격한 관사 파출부 이모씨는 19일 저녁 서울에 있는 가족과 통화를 한 뒤 일요일인 이날 아침 다시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아파트에 가 봐달라는 이 차장 부인의 부탁을 받고 가 보니 이 전 차장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밤 아파트와 호남대 총장 집무실에서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유서는 끝내 찾지 못했다. 경찰은 일단 이 전 차장의 시신을 아파트 인근 병원에 안치했으며 사실상 자살로 보고 부검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파트·총장 집무식 수색, 유서 발견 못해


이수일 전 차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 국내 담당인 2차장을 지냈으며 불법 도청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검찰에 세 차례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이후, 특히 원장으로 모셨던 신건 전 국정원장 등 두 명의 전직 원장이 구속되면서 이 전 차장은 우울한 모습을 보이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 조사 직후 대학 재단 관계자에게 총장직 사의를 표했으나 대학측은 이 전 차장에게 총장직을 계속 수행해달라고 부탁했고 이 총장은 이를 수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대학쪽에서는 입시와 신입생 모집 등으로 부담을 느끼긴 했지만 국정원 도청 사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차장은 지난 2003년 12월 2년 임기의 호남대 총장으로 임명됐다.

국정원 도청 사건 부담 때문에 자살한 듯

이수일 전 차장의 자살 소식을 들은 유족들은 광주에 도착해 관사로 쓰던 아파트에 도착하자 끝내 오열했다.

유족들은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데다 이 전 차장이 19일 저녁 가족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이 전 차장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도 유족들은 호남대측과 장례 절차를 협의하는 등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호남대는 21일 새벽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유족측과 협의한 끝에 학교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호남대는 이날 호남대 광산캠퍼스에 빈소를 마련하고 오는 23일 오전 10시 30분 영결식을 치르기로 했다.

자살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이 전 차장의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자살사건이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 수사 이후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고 있는 광주 전남에서는 특히 앞으로의 수사 방향과 향후 정치 지형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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