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닮은 외모 외에 영장류와 인간은 행동양식에 있어서도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 미국의 온라인 과학전문 뉴스사이트인 <라이브 사이언스>는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놀라울 정도로 닯은 8가지 행동을 소개했다.
1. 공정하다
인간에게 있어 공정성은 진화적으로 매우 오랜 기간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종의 영장류는 불공정할 경우 소란이 벌어진다. 2007년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꼬리감기원숭이를 상대로 실험이 이뤄졌다.
한 쌍의 원숭이 가운데 한 마리가 화강암 돌을 건네주면 실험자는 오이 조각이나 포도 가운데 하나를 주었다. 원숭이는 오이보다 포도를 훨씬 더 선호한다. 실험자가 원숭이 한 마리에게는 화강암 대신에 오이를 주고, 다른 원숭이에게는 포도를 주자 오이를 받은 원숭이가 몹시 흥분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인간은 물론 꼬리감기 원숭이와 같이 서로 협력하는 사회에서 관계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2. 성별에 따라 장난감이 다르다
인간 이외의 영장류도 사람과 같이 성별에 맞는 장난감을 선호한다. 이것이 유전적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화의 결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경우 여자보다 남자아이가 성에 특화된 장난감에 더욱 엄격했다. 반면 여자아이는 장난감 트럭과 소녀인형들을 모두 선택함으로써 선호도에 있어 남자아이보다 다양성을 보였다.
생후 초기의 사회 경험과 선천적인 요소들이 모두 장난감 선택에 영향을 준다. 2008년 135마리의 원숭이와 함께 생활하는 34마리의 레소스 원숭이를 상대로 한 연구에서 원숭이들은 원숭이 봉제 장난감(사람의 경우 어린아이 인형에 해당한다)과 트럭과 같이 바퀴가 달린 물체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컷 원숭이는 바뀌 달린 장난감에 집착했으며, 암컷 원숭이는 다양한 선호도를 보였다.
에모리 대학 재니스 하세트 교수는 "영장류와 사람에 대한 연구 결과가 이처럼 비슷한 것은 장난감에 대한 선호가 성의 사회화와 무관하게 발달된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장난감에 차이가 있는 것은 호르몬에 영향을 받은 행동과 생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호르몬에 영향을 받은 이러한 행동과 생각은 사회화과정에 의해 사람과 원숭이에서 보여 지는 성의 구별로 나타난다.
침팬지는 인간 외에 다양한 종류의 복잡한 도루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초반 영장류를 연구하던 제인 구달 박사는 침팬지가 언덕에 있는 흰개미들을 유인하기 위해 식물 줄기를 도구로 이용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진보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침팬지들의 능력이 속속 밝혀지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해 왔다.
영장류 동물학자 윌리엄 맥그로는 잡지 <과학> 2010년 4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침팬지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20가지가 넘는다고 설명한다.
4.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정크 푸드를 먹는다
실연이나 일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들은 과음을 하거나 아이스크림 등의 음식을 폭식하는 경향이 있다. 레소스 원숭이들도 스트레스와 싸우기 위해 같은 행동을 한다.
원숭이들은 자연스럽게 지배와 복종의 계층 사회를 형성하는데 후자는 괴롭힘과 지배층의 통제를 감수해야 한다. 조지아 에모리 대학 신경과학자인 마크 윌슨 박사는 피지배 계층의 원숭이들은 몸을 과도하게 긁거나 하품을 하고, 걷는 행위 등을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계급이 높은 원숭이보다 적게 먹기도 한다.
윌슨과 그의 동료 연구원들은 원숭이의 스트레스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음식과의 관련성을 실험했다. 지배자인 암컷과 지배를 받는 암컷 모두에게 저지방과 고지방의 바나나향 간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이는 이들 원숭이가 먹어온 고섬유질 식사와는 다른 것이다.
<생리학과 행동> 지에 실린 실험 결과에 의하면 피지배 원숭이들이 지배 원숭이들에 비해 이들 음식을 훨씬 더 많이 먹었다.
계급이 높은 원숭이들은 낮에만 이들 음식을 먹은 반면 피지배 계급은 저지방 간식은 물론 지방을 가득 함유한 간식도 밤낮 없이 계속 먹었다.
5. 얼굴을 인식한다
원숭이들은 사람처럼 무리들 중에 특정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은 긴 코, 입술의 모양, 짙은 눈썹 등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익숙해진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개인 간에 작은 차이를 인식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원숭이들도 코가 더 긴 그들의 동료를 찾아낼 수 있는 등 이 같은 능력이 있다. 연구를 이끈 달 박사는 이른바 대처 얼굴을 이용해 원숭이의 이런 능력을 규명했다. 실험 방법은 얼굴과 입 등을 180도 돌려놓는 등 얼굴의 부위를 뒤바꿔 놓았다. 정면에서 보면 상당히 이상한 모양이지만 얼굴 전체가 뒤바뀐 경우 이 사실을 알기 어렵다.
실험 결과 짧은 꼬리 원숭이는 미세한 변화를 알아냈다. 반면 기괴한 사람의 얼굴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이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사람도 얼굴 전체가 뒤바뀐 원숭이의 얼굴은 식별하지 못했다.
6. 큰 소리로 웃기
원숭이의 행동 가운데 사람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은 간지럽게 하면 웃는 것이다. 사람의 웃음에 비하면 저음이지만, 얼굴의 표정과 커졌다 작아지는 웃음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침팬지는 사람이 하는 야유나 고함 등의 행동도 한다.
2009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어린 우랑우탄과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스가 간지러워 웃는 웃음소리를 녹음해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와 비교, 분석했다. 또 이들의 발성법이 영장류의 진화 계보와 유전학적으로 어떻게 일치하는지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영국 포츠머스 대학 마리나 데빌라 로스 박사는 간지럽힘에 의한 웃음은 인간과 다른 원숭이들이 진화론적으로 공통의 기원을 갖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7. 음식을 구걸한다
영장류들은 사람의 몸짓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원숭이의 소통이 종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과 비슷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원인이다. 원숭이들은 손바닥을 벌려 음식물을 구걸한다. 이는 사람이 거리에서 구걸하는 행동과 비슷하다. 원숭이들이 구걸을 하면서 툭 치거나 포옹도 하고, 만지기도 하는데 이 또한 사람과 매우 흡사하다.
2007년 침팬지와 보노보스에 대한 연구에서 이 영장류들은 얼굴 표정보다는 손과 발을 이용한 제스처에 있어 상당히 다재다능했다. 이 연구에서 어린 침팬지는 조용히 이를 드러내며, 팔을 뻗은 제스처를 통해 음식을 구걸을 했다.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보에 실린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이 언어를 구사하기 이전에 제스처를 먼저 이용했음을 보여준다.
영장류에 있어 또 다른 특별한 제스처는 영국 동물원 사육사에 의해 밝혀졌다. 아프리카 서부에 사는 만드릴은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다른 동료에게 "방해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버컬리 대학의 마크 레이드 박사는 이같은 제스처는 동물들 사이에 사회적 문화가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8. "아니다"라는 의사 표시를 한다
라이프치히 동물원에 있는 보노보스는 머리를 흔들어 "아니다"라는 의미를 표현한다. 어린 새끼들에게 음식으로 장난 치지 말라는 의미로 머리를 흔든다. 음식으로 장난을 치지 말고 먹어라는 의미로 머리를 흔드는 것이다.
한 어미는 새끼가 근처 나무에 오르려는 것을 저지했다. 그러나 어미는 새끼를 나무와 떼어놓으며 오르지 못하도록 했지만 새끼는 끊임없이 오르려고 했다. 새끼의 시도는 어미가 새끼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똑 바로 쳐다보며 머리를 흔드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연구진은 보노보스가 "아니다"라는 의미로 머리를 흔드는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이 행위가 인간이 부정의 의미로 머리를 흔들게 된 선구적 행위임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아르넴이라는 동물원에는 "아니다"라는 의미로 머리를 흔드는 암컷 침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이 침팬지는 새끼 침팬지가 기분이 좋지 않은 수컷 침팬지에게 다가 가려고 하면 머리를 흔들어 말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