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미안"…한겨울 박스에 버려진 갓난아이들

"제가 미혼모라서, 아이가 장애가 있어서"…베이비박스에 놓은 절절한 쪽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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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 교회. 이 교회에는 부모가 아이를 몰래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는 ''베이비 박스''가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번 달에만 벌써 5명의 아이들이 버려졌다. 25일 성탄절 아침에 1명, 24일 성탄절 이브에는 4명의 아이들이 베이비 박스에 들어왔다.

지난 8월에 10명, 9월에 13명, 10월에 8명, 11월에 8명의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

◈ "장애아라서, 미혼모라서 키울수가 없어요"...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

"으앙~ 으아앙~" 이제 갓 두돌이 지난 은수는 사람을 보면 고사리같은 손을 뻗으며 안아달라고 울음부터 터뜨린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곳에 버려진 은수는 여전히 따뜻한 엄마품이 고픈 아기다.


은수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자 은수의 부모는 사이가 나빠졌고, 은수엄마는 자살충동을 느낄 정도로 심한 산후우울증을 겪었다. 은수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은수는 외삼촌의 손에 이끌려 이곳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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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발견된 생명이(3)도 뇌수막염에 시각장애, 전신마비까지 앓고 있는 중증 장애아동이다. 이곳에 온 뒤 11번의 대수술을 견딘 씩씩한 아이다. 하지만 생명이의 부모는 갓 태어난 생명이를 베이비박스에 버렸다.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진지 얼마 안됐을 때 들어와 6년을 살다가 하늘나라로 떠난 한나는 주사랑공동체 교회 이종락 목사에게는 ''가슴에 묻은 아이''다.

한나의 엄마는 한나를 낳을 당시 14살 여중생이었다. 체육시간에 갑자기 통증이 찾아와 학교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다 병원으로 옮겨졌다.

임신 당시 한나엄마의 무분별한 흡연과 음주, 본드흡입 때문에 한나는 뇌세포가 없는 ''무뇌아''로 태어났다. 아이를 건네받은 이종락 목사에게 의사는 몇해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한나는 6년을 버텨냈다.

이곳에 살고 있는, 혹은 이곳을 통해 시설로 보내진 아이들의 배경에는 이러한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다. 교회에 남아 살고 있는 20명의 아이들 중 15명이 장애아동이다.

◈ "아가야 정말 미안해.. 너무 미안해.." 눈물젖은 쪽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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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삑~'' 벨이 울리면 이 목사는 아래층 실내로 연결되는 베이비박스를 연다.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나 미혼모라는 사연 등 아이를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아이에 대한 정보를 빼곡히 적은 쪽지가 함께 발견된다.

"2시간 간격으로 분유 100ml를 먹여 주세요. 장애가 있어 여러 입양기관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너무 무서웠습니다. 제발 사랑으로 감싸 주세요.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합니다"

"이 못난 어미를 용서해주세요. 제 장애와 가난때문에 도저히 키울 수가 없어 보냅니다. 이 아이는 2012년 4월 30일에 태어났어요. 출산하기 전에 여기저기 알아보았는데 결과는 갈 곳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습니다"

"저는 아기에게 평생 잊지못할 상처를 줬습니다. 항상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아기가 빠는 힘이 약합니다. 우유를 먹이실 때 젖병 든 손에 중지 손가락을 아기 턱에 받쳐 주시고 살짝살짝 올려주면서 먹는걸 도와주세요. 잘 먹지 못해 탈수 증상이 나타날까 걱정입니다"

눈물로 얼룩진 쪽지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을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이 목사는 "아기를 버리는 부모의 심정은 오죽하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아이를 버리는 일은 잘못됐지만)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 가난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해결돼야 이런 가슴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아이들 키우는 것 힘들지만...."천사같은 아이들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

버림받았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아이들의 미소만큼은 밝고 순수하다. 목사 부부의 도움이 없으면 숨조차 쉬기 어려운 중증 장애아동과 영아들이 많아 이 목사 부부의 하루는 짧기만하다.

이 목사는 "힘들고 어렵죠.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낮에는 좀 나은데 밤에는 우유 번갈아가며 먹이기도 너무 힘들고 잠이 늘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 이 목사는 "아이들을 한번 보세요, 얼마나 예쁜가요. 생명이라는 것은 이렇게 너무나도 귀하고 예쁜데. 저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자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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