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스가 주연한 액션영화 ''''레드2''''에 캐스팅되면서 할리우드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 이는 비단 이병헌의 행보에 큰 의미를 부여하려는 한국 취재진의 과장된 시선만은 아니었다. 이병헌 또한 3-4년전과 비교해 달라진 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이병헌은 12일 오후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지아이조2'' 3D 영상 최초 공개 아시아 프레스데이에서 속편을 촬영하면서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1편 개봉 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팬들의 열띤 응원 덕분에 파라마운트사 관계자들과 다른 배우들이 매우 놀라고 간 게 사실"이라며 "그 소문이 매우 빨리 퍼져서 속편 촬영장에서 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인정했다.
그는 "저를 아시아의 앨비스 프레슬리로 비교하는데 솔직히 표정관리가 힘들 정도였다"며 "순간 내가 이런 것에 익숙해져서 거만해진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경계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시쳇말로 1편 할 때는 헝그리 정신으로 임했는데 속편 촬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해이해진 정신상태가 스크린에 드러날까 마음을 다잡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자문을 구하는 스튜디오 관계자의 달라진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쉐도우''''의 검을 두 종이나 건네받았을 때는 무척이나 기뻤다.
이병헌은 "소품팀에서 한글로 폭풍그림자라고 적힌 검과 아무 글자 없는 두 종을 보여주면서 어떤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며 "한국관객이 폭풍그림자 검을 보고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할까 싶으면서도 매우 진지한 장면에서 그걸 보고 살짝 웃을 거 같기도 하더라. 결국 존 추 감독과 상의해 글자 없는 검을 택했는데 그걸 본 순간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 것이냐는 생각에 무척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이날 행사에 동석한 중국계 존 추 감독은 이병헌의 답변을 듣고 있다가 "지나친 겸손"이라며 "이병헌이 할리우드의 문화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시아계 남자 액션배우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스타가 되면서 보다 많은 아시아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가능성을 열어젖혔다"며 "이는 할리우드의 문화를 바꾼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또한 그는 모든 스태프들이 이병헌을 존경했지만 더욱 달리 보게 된 순간을 떠올렸다. 존 추 감독은 "이병헌이 1분 동안 독백하는 장면이었는데 디테일하면서도 뛰어난 표정연기로 스톰쉐도우를 살아 숨쉬는 인물로 승화시켰다"며 "이병헌은 단지 액션히어로가 아니다. 인물에 깊이를 주는 연기가 이병헌의 진정한 힘이자 장점"이라며 그를 ''''아시아의 톰 크루즈''''라고 비유했다.
악역을 연기해야하는 아시아계 배우의 한계에 대해서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미래를 기약했다. 그는 ''''첫술에 배부르겠냐''''며 ''''어떤 역할이건 이것을 발판삼아서 언젠가는 선택당하는 입장이 아닌 제가 원하는 이야기를 선택하는 입장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그곳을 향해가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톰쉐도우를 단지 악역으로 보지 말고 숨겨진 매력도 알아봐주길 바랐다. 그는 ''''스톰쉐도우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며 ''''이 영화는 지아이조 군단과 코브라 군단의 대결을 그리는데 스톰쉐도우는 둘 중 어느 편도 아닌 자기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독단적인 인물이다. 제게는 그렇게 혼자 쓸쓸하게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고 계속 이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는 이유''''라고 전했다.
한편 브루스 윌리스에 대해서는 ''''매우 다정다감하다''''며 ''''몸들 바를 모를 정도로 잘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지아이조2에서 짧게 만난 뒤 레드2에서 재회해 긴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남의 눈에 띌 정도로 제게 잘해줬다''''며 남다른 친분을 과시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서 배우로서도 많은 자극이 됐다''''며 ''''비단 윌리스뿐만 아니라 레드2의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등 대배우들이 신인 이상의 열정을 갖고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줬다''''고 전했다.
한편 지아이조2는 세계 최고의 전투 부대인 지아이조가 자르탄의 음모에 의해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이에 살아남은 요원들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자르탄을 상대로 거대한 전쟁을 펼치는 과정을 그린 작품. 북미에서는 3월 29일, 국내에서는 3월 28일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