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에 부정적인 유권자들은 가슴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 박 후보 지지자들은 매우 불쾌함과 반감을 느끼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이런 토론 자세는 튀는 존재감만큼이나 토론 이후 유권자의 표심에 미묘한 영향을 미쳤다.
토론 다음날 기자가 만난 사람들은 지지 후보와 관계없이 공통적인 한마디를 했다. 이 후보의 튀는 토론으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성향의 표가 더 결집할 것 같다는 것. 그러면서 양 극단의 중간에서 어정쩡한 입장이 되어버린 문재인 후보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이날 TV 토론은 유권자의 표심에서 박 후보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실제 토론 직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는 공통적으로 박 후보는 2% 안팎 상승한 반면 문 후보는 2% 정도 하락했다.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 ''선거는 논리가 아니라 감성''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딱딱하고 듣기 어려운 정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보다 눈물 한 방울의 감성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훨씬 효과가 크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유세 중 발생한 이른바 ''면도날 테러''도 좋은 예이다. 당시 박 후보는 병상에서 선거를 지원하며 유권자의 동정을 유발했고, 선거는 한나라당의 대승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이 이번 대선의 첫 TV 광고에 이 장면을 삽입한 것도 같은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후보의 날선 공격에 당하는 박 후보의 모습, 더구나 문재인, 이정희 두 후보와 2대1로 상대하는 모양새는 박 후보 지지자들은 물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박, 이 두 후보의 사이에 끼어 가장 손해를 본 경우다. 선비 별명이 말해주는 것처럼 원래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성격이 못된다고 하는데, 설령 공세적으로 토론에 임한다 하더라도 이 후보와 연합해 박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는 모양새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세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남성인 문 후보가 이 후보와 함께 박 후보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은 토론의 본질과 별개로 중도 성향의 유권자에게 부정적인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세 후보가 출연하는 TV 토론은 1대2로 박 후보에게 불리한 구도다. 그런데도, 1차 TV 토론은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는 박 후보를 선거의 여왕으로 만든 그 비장의 무기가 발휘된 결과이고, 여기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박 후보를 떨어트리려 나왔다는 이정희 후보가 도움을 준 셈이 됐다.
이런 이유로, 오는 10일로 예정된 경제 분야 TV토론은 각 후보들이 1차 때와는 달라진 전략으로 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토론 그 자체 못지않게 세 후보가 어떤 달라진 토론 전략을 들고 나오게 될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