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후보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얘기는 끝내 하지 않았다.
문 후보는 안 전 후보가 5일 진심캠프 해단식에서 화끈하게 지원의 뜻을 밝힐 것을 몹시 기대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사퇴기자회견 때 했던 얘기에서 한 발자욱도 더 나가지 않았다.
''''백의종군하겠다'''' ''''문 후보를 성원 해 달라''''고 했던 그날 얘기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며 지지자들이 큰 마음으로 뜻을 받아달라고 했을 뿐이다.
지지자들에 대해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긴 했지만 본인이 직접 문 후보 지원에 나설 의지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결국 안철수식 ''''백의종군''''은 문 후보를 적극 따라다니면서 돕겠다는 ''''종군''''이 아니라 이제 자신은 후보자리에서 내려왔고 큰 대권의지를 내려놓았다는 ''''백의''''쪽에 방점이 찍혀있음이 분명해졌다.
안, 이제 대선국면에서 벗어나 ''''국외자''''로 머물게 될 것
문 후보는 지난 23일 안 전 후보의 사퇴이후 열흘 동안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접촉도 시도했지만 끝내 불발됐고 그동안 애만 태웠다.
손학규 전 대표가 중간자 역할을 한 듯 했지만 그것도 문 후보의 분명한 메신저 역할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건 오직 ''''안철수 카드''''밖에 없다고 기대했으나 기대했던 ''안풍''은 ''미풍''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안철수 카드에 대한 미련은 빨리 단념해야 할 것 같다.
미련을 갖고 안 전 후보 쪽에 기대보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겠지만 문 후보에게 안 전 후보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안 전 후보는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새 정치가 아닌 과거에 집착해 싸우고 있는 현재의 네거티브 선거전을 콕 집어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통합당까지 기존 정치권을 모두 구태정치의 틀에 넣어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대선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나버린 ''''국외자''''로 머물겠다는 뜻으로도 비쳤다.
안, 대선 캠프 해단식을 넘어 새 정치 위한 출정식 모습 보여
안 전 후보는 진심캠프 해단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로 자기 정치를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치의 최종 목표인 ''''정권획득''''을 목전에서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앞으로 길게 내다보고 가겠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는 대선 이후 가깝게는 ''''재보선''''부터 시작해 앞으로 전개될 정치일정에 차근차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안철수 신당''''은 어떤 식으로든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손 전 대표와 극비리에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그랜드플랜''''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해 안 캠프의 조용경 국민소통자문단장은 ''''안 전 후보가 큰 뜻이 있었다면 4월 총선에서 수도권 내 의미 있는 지역에 출마해 정치세력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일이 수월하게 풀렸을 것"이라며 무당파 후보로서의 한계를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안 전 후보의 행보와 관련해서도 "앞으로는 바닥으로 내려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이번에는 구름 속에서 했던 것 같다"고 말해 진정한 정치인으로 거듭날 것임을 예고했다.
문 후보 배수진 각오로 선거전략 전면 수정해야
문 후보에게는 이제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단일 후보''''를 자처하며 안 전 후보의 도움에 힘입어 시너지 효과를 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안철수 카드''''를 통한 반전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진 이상 이제 이주일밖에 남지 않은 선거전을 어떻게 꾸려갈지 전술전략의 전면 재조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박빙 속에 비교열세를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안 전 후보지지층을 혼자서 자신의 편으로 확실히 끌어오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문 후보 진영에서 "선거 때까지 20일 동안에 세상이 두 번은 요동칠 수 있다"고 한 게 현실이 되려면 스스로 큰 변화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남은 이 주일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리 짧은 시간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