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잇단 비리가 터진 뒤 살얼음 위를 걷던 한 총장은 30일 오후 2시 대검 청사에서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뒤 대통령에게 신임을 묻기 위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한 총장은 29일 오전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에 항의하며 명예로운 용퇴를 건의하는 대검 간부들에게 사의 표명 의사를 밝혔다. 또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에게도 이를 재차 확인했다.
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한 대검 간부들은 사실상 ''집단 무력시위'' 모습을 보였다. 총장 면담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가는 등 일촉즉발의 분위기도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간부들은 정오를 데드라인으로 정해놓고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서울중앙지검 간부들도 총장 면담에 나설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 총장 퇴진 놓고 폭로전 양상 결국 한 총장이 신임을 묻기 위한 사의표명으로 물러섰지만 검찰 수뇌부 대립의 여진은 폭로전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날 오후 최 중수부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대학동기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총장 지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문자메시지 내용 속에는 "실명 보도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하라)" 등 최 중수부장의 언론 대응 조언이 들어있다.
''거악척결''의 지휘자인 대검 중수부장이 비리 혐의로 감찰을 받고 있는 검사에게 언론 대처법을 직접 조언해 품위를 손상했다는 게 감찰본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검사에 대한 감찰이 최 중수부장이 총장에게 보고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져 한 총장의 의도가 담긴 감찰 발표라는 시각은 여전하다.
더욱이 김광준 부장검사의 언론 해명서를 최 중수부장으로부터 보고받은 한 총장이 내용을 첨삭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총장은 해명서 첨삭은 사실이 아니며 중수부장의 보고를 받은 바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 檢 진실게임…30일 MB 사표 수리할까?
감찰 발표 경위와 관련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한 총장은 대검 차장과 공안부장에게 의견을 물어 감찰 사실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대검 간부는 한 총장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의견을 물었고 나중에 중수부장 감찰 건임을 알게된 참모들이 극력 반대했음에도 한 총장이 발표를 강행했다고 반박해 진실게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긴박한 하루가 지나고 한 총장의 사표 제출과 대통령의 사표 수리 여부가 결정되는 30일은 이번 검찰 내분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청와대 측에서는 사표 수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만약 사표가 수리돼 한 총장이 물러날 경우 채동욱 대검 차장 대행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신임총장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표 반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검찰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