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숨은 곳에서 열심히 밭을 가는 ''농부''같은 중견·중소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어려운 기업 환경 속에서 땀방울로, 도전정신으로 무장해 역경을 헤쳐나간 기업인들이 의외로 많다.
CBS는 이런 중소·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발굴해 소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첫 회를 제외하고 모두 앞서 인터뷰한 CEO가 추천한 CEO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편집자 주]
조 대표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건 이메일로 매일 180만명에서 보내는 ''행복한 경영이야기''(행경)라는 쪽지다. 최근 2000회를 넘어섰고 9년 동안 매일 1시간씩으로 하면 총 2000시간을 투자했다.
물론 정독하는 것은 100여권 이지만 ''행경''을 위해 한해에 손에 드는 책이 500건에 달한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공짜''로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행경이 사업 ''밑천''이란다. 이를 ''자리리타(自利利他. 남을 이롭게 하면 지신에게 이롭다''는 한자성어를 빌려 설명했다.
"이메일로 좋은 경영 관련 글귀에 해석을 달아 매일 보내주니 반응이 뜨거웠다. 이를 받고 고맙다며 MBA과정이나 인문학 강의에 신청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대학원에서 경영전략을 전공한 그는 ''경영 전략을 일상에도 적용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겠구나''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
조 대표는 "디지털 세상이 좋은 게 내가 공부한 것을 조금만 정리하면 쉽게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매일 행경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매일매일 마감하듯 일하면 너무 힘들다. 틈틈이 메모를 해둬 400회 정도는 미리 확보해 놓고 있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70살까지 쓴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1만회 정도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휴넷은 올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공부하는 법''을 가르치는 ''신의 한수''라는 강의를 개설했다. ''공부법이 진짜 따로 있냐''고 묻자 "모범생들 한결같이 하는 말이 맞다.예습복습 열심히 하고..."라는 식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루지나면 배운 것의 80%를 잊어버리지만 10분만 복습하면 뇌에 남은 시간이 훨씬 길어진다. 또 7,8시간 충분히 자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뀐다"
그래도 기자가 미심쩍어 하자 "자신감과 꿈을 찾을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리더십 습관을 키우고 여기에 공부법을 알려주면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했다.
◇ "99%의 분노를 이용한 정치적 계산은 옳지 않다"
''효과를 본 실례가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전교 200등대에 맴돌았던 한 학생은 성공스쿨(공부 이유를 알려주는 강의)를 1년 듣고 전교 1등까지 올랐다. 그외에도 성적이 향상된 사례는 많다"
자녀는 어떤 학원에 보내는지 ''짓궂은'' 질문을 했다. 국.영.수 학원은 안 다니고 미술, 바이올린 레슨(첫째 아이), 축구와 태권도(둘째 아이)만 따로 배운다고 했다.
청소년을 위한 ''롤모델 콘서트''는 조 대표가 특별히 신경쓰는 프로그램이다. "성공하려면 꿈을 갖는게 중요한데 각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만나면 꿈을 발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한 롤모텔 콘서트에는 MBC 최일구 전 앵커, 김태호 PD, 박영선.전하진 국회의원, 금태섭 변호사, 이현이 슈퍼모델, 송영길 인천시장, 서울대 현택환 교수,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 이참 관광공사 사장, 이채욱 인천국제공항 사장 등 30여명의 유명인사가 강사로 나온다.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뜻''의 강의이다 보니 선뜻 강사로 나서주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하루에 5명의 강사가 나오는데 수강료는 5만원이다. 조 대표는 "강의를 준비하는 데 수천만원이 들어 이익을 볼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창업을 하기 전까지 금호그룹 회장실부속 ''미래기획단''에서 일했다. 나름 핵심 보직이었지만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고 했다.
정치권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물었다. "일차적으로 기업 스스로 잘해야하고 잘못하면 법을 만들어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99%의 분노를 이용한 정치적 계산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또 이렇게 부연했다. "세종대왕이 세제를 고치는데 17년을 고민했는데 몇 사람이 모여서 뚜다닥 만드는 것은 안된다. 중소기업 생태계 활성화는 좋은데 표를 의식해 조급하게 만들면 안된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97년까지는 정부 보호아래 나라 안에서 경쟁하다보니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늘렸다. 이젠 세계를 대상으로 무한경쟁을 해야하는데 ''빵집'' 같은 자기 네트워크를 이용한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
조 대표는 직원들을 위해 해마다 책 구입비로 2000만원을 쓰고, 매일 공부할수 있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365 학점제'', 금요일마다 명강사를 초청하는 ''혁신 아카데미''를 도입했다.
그는 회사가 이윤추구가 제일의 목표가 되면 오래 갈수 없다고 단언했다. 평판과 신뢰, 직원.고객의 행복 극대화같은 장기적 가치가 훼손되면 장기 성장하는 모델이 될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계적 제약회사인 머크사의 조지 월리엄 머크 회장의 말을 들려줬다. "의약품 개발은 돈을 벌기 위한게 아니라 환사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객들이 우리를 좋아하고 제품이 잘 팔리면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
휴넷은 회사 핵심가치 중 하나로 ''기본에 충실하고 사획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 컴퍼니''로 내건 이유를 알것 같았다.
☞ 조 대표는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보안 소프웨어 전문인 ''지란지교''의 오치영 대표를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