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법''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택시운전자 오철수 씨(59세)가 보인 심드렁한 반응이다.
택시법의 정식 명칭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택시를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받게 되면 택시업계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가능해 진다.
택시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 2008년 1월 이명박 정부 인수위 경제1분과에서도 개인택시 감차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인수위는 정부 측에 개인택시 감차를 위한 재원규모를 물었고, 정부 측이 요구만 하면 얼마든지 재정을 투입할 태세였다는 게 당시 정부 측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러나 정부 측은 시장에서 형성된 프리미엄까지 국민세금으로 사들일 수 없다는 논리로 반대했고, 결국 인수위는 개인택시 감차 논의를 접게 된다.
5년이 지나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 정치권은 공급과잉에 따른 택시업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뒤로 한 채 택시법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택시운전자들은 택시법이 통과돼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회사의 이익이 커질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기사들의 급여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다른 택시운전자 이요순 씨(67세)도 택시법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고 있어서 "법인택시의 경우 결국 회사에서 운전자에게 얼마나 보탬을 주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이삼형 지부장은 "택시법이 통과되면 뭔가 좋아질 것이라고 일부 노동자가 기대하지만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과거 택시운전자들에 대한 유류 부가세 경감분 지급안 등이 시행되기도 했지만 회사 배만 불렸다고 말하는 이 지부장은, "이번 택시법으로 보조금이 지급된다 해도 결국 사업자들에게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입된 제도가 택시운전자들에게 실제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은 사례는 ''전액관리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운전자들에게 기본적인 월급을 보장하는 전액관리제는 지난 1997년 마련됐지만, 서울시내 255개 회사 중 실제 이를 시행하는 곳은 7개사에 불과하다.
전액관리제를 시행중인 일진운수 박철영 전무이사는 "관청에서 형식상으로 전액관리제 여부를 조사하지만 엉터리로 끝나고, 시행하지 않아도 벌이 내려지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택시운전자 처우 개선을 위한 기왕의 제도도 사문화된 터에 비슷한 맥락의 택시법 개정에 희망을 걸기는 어려운 실정.
이삼형 지부장은 "택시법을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더욱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애꿎게 택시와 버스업 사이 갈등만 부추기는 택시법을 넘어,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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