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치밀하고 깊숙한 검증절차 없이 일부 제한된 소수의 여론조사로 대통령 후보를 정한다는 것이 인기투표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최악의 경우 본선레이스 위해 둘 다 후보 등록◈
시한 내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만일 여론조사 단일화가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두 후보 모두 25일 후보등록을 해서 하고 싶으면 대선 본선 날짜인 12월 19일 이전까지 단일화 할 수도 있다.
막판 극적인 타결인가 아니면 대선본선레이스에 들어가 누가 끝까지 버텨낼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두 사람 모두 이제 여론조사밖에 없다고 하지만 내심 본선은 뛰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동안 문-안 두 후보는 ''''권력에 대한 의지''''가 강렬하지 못해 미덥지 못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래서 혹시 이번에는 단일화가 성사되는 게 아닌가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두 사람의 권력의지는 처음부터 달라 보였다.
문 후보가 이번 대선에 나간다고 최종 결심하기까지 심사숙고에 장고를 거듭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친노''''쪽 사람들의 강권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단일화는 강렬한 권력의지와는 배치◈
이에 비해 안 후보의 대선출마는 주위의 권유보다 본인의 결단 측면이 강해 보였다. 안 후보는 이미 자신의 연구소 지분 가운데 총 2천억원 넘게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공약집 성격의 책도 미리 발간했다.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며 출마결정은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본인의 예정된 시간표에 따라 출마수순을 밟았다 .
안 후보에게는 일찌감치 서울시장 차원이 아니라 대통령을 향한 원대하고 주도면밀한 권력의지가 안으로 불타고 있었다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했다.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던진 말이 단순히 세게 보이려는 차원의 겉치레 수사는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높이 날고 크게 울겠다''''고 출마선언의 의지를 밝힌 문 후보의 멘트와 비교해도 상대적 비장감은 한층 더해 보였다.
하지만 문 후보도 단일화 국면에 들어서자 ''''독단적 양보는 배임죄''''라고 양보불가에 대못을 쳐버렸다.
''''맏형 먼저''''의 강한 의지를 엿보이면서 TV토론에서도 동생뻘 안 후보에게 여론조사방식에서 ''''왜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양보하지 않느냐''''는 투로 밀어붙였다.
경우는 다르지만 87년 대선당시 이른바 양김, YS-DJ가 단일화하면 무조건 이기는 선거라며 압박을 받는 상황이었지만 양김의 뼛속까지 불타는 권력의지 앞에 단일화라는 단어는 무색했다.
결국 양김분열, 정확히는 동시출마로 당시 노태우 여당후보에게 승리를 안기는 싱거운 대선이 돼버렸다.
하지만 그 후 두 사람 모두 장작 위에서 쓰디쓴 쓸개를 핥으며 훗날을 도모한 끝에 14대,15대 대통령 자리에 나란히 올랐다.
무엇이 그들을 대통령 자리에 오르도록 허락했을까?
YS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구국적 결단''''이라고 포장하며 3당합당을 밀어붙인 뒤 내각제 합의각서까지 무효로 만들어버리고 마침내 대선후보 자리를 자기 것으로 쟁취했다.
이를 두고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왔다.
DJ는 한때 정계은퇴까지 선언하는 곡절 속에 무려 3수, 4수까지 불사하며 72세의 고령에 4전5기 대통령신화를 이뤄냈다.
◈게임은 이제 시작…마지막으로 웃는 자는 누구?◈
문-안 후보 둘 다 양김의 노회한 정치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정치신인중의 신인들이다.
참신한 두 후보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론조사로 결말을 낼 것인지, 단일화 시한을 본선레이스로 넘길 것인지 결단의 순간이 임박했다.
분명한 것은 혹여 둘 다 본선경주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완주해서 ''''둘 다 똑같이 장렬히 산화하는 선거'''' 즉 ''''야권이 맥없이 지는 선거'''' 결국 ''''박근혜 후보를 위한 선거''''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과연 두 야권 후보가 적시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막판 반전드라마를 연출해낼 것인지는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이제 26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두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언제, 어떻게 단일화된 모습을 보일지 게임이 흥미진진해질수록 보는 관객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