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마당에 실제로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으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해 형사책임을 지는 자를 일컫는다)은 얼마나 무서울까?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의로 이번 영화를 찍게 된 강이관 감독 역시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선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5개월가량 전국 10개소 60여명의 범죄소년들을 만나면서 선입견이 무너졌다.
강 감독은 ''범죄소년'' 개봉을 앞두고 노컷뉴스와 만나 "엄청난 범죄자들이 모여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이들이 너무 평범했다"며 "얘기를 해보면 다들 또래 소년과 다름없는데 5범이니 6범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도대체 왜 그렇게 무서운 상상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미디어에서 범죄소년들이 저지른 범죄 중 가장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사건만 보도했기 때문인 것 같더라. 내가 만난 범죄소년들은 대부분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 놓인 애들이었고 단순한 폭력과 절도의 반복으로 그곳에 와 있었다."
전국의 소년원은 모두 11곳, 그곳에 수감된 인원은 총 1255명. 이곳 80%의 소년들은 단순범죄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6개월, 1년씩 소년원을 살고 나오면 사회는 그들을 성인 전과자들과 똑같이 대했다. 갱생할 수 있는 환경 또한 마련되지 않아 범죄의 악순환은 계속됐다. 영화가 주목한 대상은 바로 그저 그런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대다수의 범죄소년이다.
강 감독은 "사실 초범인 경우 부모가 애들한테 관심 있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굳이 소년원까지 안 간다. 소년원까지 갔다는 것은 그만큼 부모의 관심을 못 받는 경우다. 실제로 그곳 아이들 대부분이 한 부모 혹은 부모가 부재한 경우가 많았다."
범죄소년의 지구 역시 외조부모 밑에서 외롭게 자란 아이다. 엄마는 17살에 지구를 낳고 가출했다. 생사도 몰랐으나 소년원 수감 중에 병든 외조부가 세상을 떠나면서 13년 만에 엄마 효승(이정현)과 만나게 된다.
강 감독은 "소년원이나 보호관찰소, 쉼터 등을 취재하다 만난 여자애들 대부분이 미혼모였다"며 "그래서 미혼모인 엄마와 범죄소년인 아들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그리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가출한 아이들끼리 스스로 엄마 아빠 역할극을 하면서 장난치는 것을 봤다"며 "효승과 지구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효승이 엄마라지만 그녀 역시도 지구처럼 학교 중퇴하고 제대로된 교육이나 어른의 보살핌없이 살아왔기에 여전히 철이 없다"고 설명했다.
범죄소년에서 두 모자는 마치 친구나 남매처럼 보인다. 또한 영화는 둘의 일상을 마치 멜로드라마처럼 펼쳐보인다. 어색한 첫 만남은 서로에 대한 보살핌으로 이어지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때론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세상에 가족이라곤 단둘뿐인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꺼내놓으며 의지한다. 효승이 자신이 어떻게 지구를 낳게 됐는지를 들려주면서 아이처럼 엉엉 울고 그런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아들의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지구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미혼모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효승은 분노하고 지구는 그런 엄마와 다시 소원해진다.
강 감독은 "아무리 핏줄이라도 오랫동안 헤어졌다 만났으니까 서로를 알아가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서로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모자관계로 거듭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범죄소년은 두 모자의 만남 1막 정도를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두 모자의 일상은 또한 범죄소년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편견어린 시선, 그런 편견 속에서 경제적으로 힘들면서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범죄소년들, 그리고 엄마에서 아들로 대물림되는 비극의 굴레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강 감독은 "사회는 급변했는데 청소년범죄에 대한 시각은 고착돼있고 그들을 대하는 생각이나 지원은 동일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아이의 죄를 혼내기에 앞서 그 이면을 봐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그게 더 큰 범죄를 막는 길이 아닌가"라며 "영화를 통해 소년이 느꼈을 사랑과 외로움의 질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