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토신 호르몬은 암수의 결합을 강화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호르몬이 남성 주변에 매력적인 여성이 있을 경우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기능도 한다. 다만 옥시토신의 이 기능은 여성과 사랑에 빠진 남성에게만 적용된다.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여자 친구가 없는 남성의 경우 옥시토신의 투약 여부와 관계없이 처음 본 예쁜 여성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초원들쥐(prairie vole)를 상대로 한 이전 연구에서 옥시토신은 일부일처제를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옥시토신이 인간에 있어서도 비슷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첫 증거인 셈이다.
독일 본 대학의 레네 후어레만과 동료 연구원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15일 신경과학지(Journal of Neuroscience)에 실렸다.
옥시토신은 초원들쥐 암컷이 그들의 짝에 묶여 있도록 것을 돕는다. 인간에게 있어 옥시토신은 어머니와 자식들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이의 최초 결속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르몬은 어두운 측면의 또 다른 기능도 있다. 사람이 눈에 보이는 모습을 덜 신뢰하게 만들고, 어떤 상황에서는 공격성을 높이기도 한다.
호르몬의 효과는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후어레만과 동료연구원들은 옥시토신을 투약한 사람이 혼인이나 이성을 사귀고 있을 경우 호감이 가는 여성에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86명의 남성을 상대로 절반은 옥시토신을 코로 흡입하게 하고, 나머지 절반은 가짜 옥시토신을 흡입하게 했다.
그런 다음 처음 보는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게 하고 그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를 측정했다. 첫째 실험에서 실험 대상 남성들은 여성에게 접근하거나, 여성들이 그들에게 접근하도록 했다. 그 전에 남성들에게 여성과 대화하기 편하고, 부담이 없다고 생각되는 위치에서 스스로 멈추거나, 접근하는 여성을 정지시키도록 지시를 받았다.
두 번째 실험은 컴퓨터 게임의 조이스틱을 이용했다. 남자들은 예쁜 여성이나 아름다운 경치 등의 흥미로운 영상을 보거나 또는, 팔다리 등의 잘렸나간 인체 부위나 오물 등의 기분 나쁜 영상을 보게 했다. 즐거운 영상에서는 조이스틱을 당기게 하고, 반대로 기분 나쁜 영상에서는 밀도록 했다.
두 가지 실험에서 연구진은 결혼을 했거나 연애를 하고 있는 등의 사회적 관계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혼을 했거나 여자 친구가 있으면서 옥시토신을 투약한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여성의 접근을 허용하는 반경이 훨씬 넓었기 때문이다. 미혼이거나 여자 친구가 없는 남성 가운데 가짜 옥시토신을 투약한 남성은 새로 만난 여성과 편하게 느낀 거리가 50~60cm였다. 결혼을 했거나 여자 친구가 있으면서 옥시토신을 투약한 남성은 70~75cm로 훨씬 더 길었다.
결혼을 했거나 여자 친구가 있으면서 옥시토신을 투약한 남성들은 조이스틱 실험에서도 다른 남성들에 비해 아름다운 여성 사진에 대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느렸다.
여성 실험자들에 대한 신뢰에 있어서는 옥시토신의 투약 여부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또 옥시토신을 투약하더라도 처음 보는 남성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는 거리에 있어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에모리 대학 옥시토신 연구자인 레리 영 박사는 ''''일부일처제인 초원들쥐에 있어 옥시토신은 암수 간 유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일부일처제 행동을 촉진하는데 있어 옥시토신의 일반적인 역할이 설치류에서처럼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