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 시간을 연장하자''는 요구는 사실 새누리당으로서도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후보까지 나서 반대했던 이유는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늘어나고, 보수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야권이 투표시간 연장을 지지세 결집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그러자 야권은 ''투표 시간을 밤 12시까지로 늘리자는 법안을 낸 의원들이 바로 친박계 였다''며 계속 새누리당을 몰아붙였다.
이런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시한 카드가 이른바 ''먹튀방지법'' 맞불이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화 이후 대선 후보를 중도에 사퇴할 경우 선거 국고보조금 150여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며, 이에 동의할 경우 투표 시간 연장 문제도 동시에 논의할 수 있다고 역공세를 폈다. 이것이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문재인 후보 측이 거액의 국고보조금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깔린 역공이었다.
그런데 문 후보가 ''먹튀방지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누리당은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서둘러 진화에 나선 새누리당은 ''먹튀 방지법''과 ''투표 시간 연장''을 연계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1일 "아주 곤혹스러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박근혜 캠프의 한 당직자는 "정수장학회에 이어 또 한 번 스텝이 꼬였다"며 "야권의 프레임에 걸려들었다"고 우려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투표시간 연장 요구는 전형적인 선동정치라고 경계하면서 투표소 확대 등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더 실질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박선규 선대위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 문제는 국민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벌일 사안이 아니라 국회에서 여야 간에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시간의 문제를 포함해 접근성 문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참여를 높이는 문제 등 종합적인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단장은 "중앙선관위와 정치학회에 의뢰해 비정규직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조사했더니 주소지에 관계없이 어느 곳에서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이 58.1%로 가장 많았고, 시간 연장 요구는 12.4%에 불과했다"며 "지금 시급한 것은 ''통합선거명부관리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또 "야당이 정말 투표율을 올리고자 한다면 농촌 지역의 경우 투표소가 너무 멀어 불편한 데 차량을 확보해서 투표소까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