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김인권 유다인 조정석 ''강철대오'', 김인권 당신은 대체불가이군요

중국집 배달원이 얼떨결에 혁명 투사로 변신하는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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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은 외모와 스펙 모두 부족한 평균 이하의 중국집 배달원 대오(김인권)가 연애 민주화를 위해 혁명 투사로 변신하는 코미디영화.


대오는 평소 좋아하던 여대생 예린(유다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갔다가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에 휩쓸리게 되는게 그게 바로 1985년 실제로 발생한 미문화원점거농성사건이란 설정이다. 청년실업자와 이주노동자의 삶을 다룬 코미디 ''방가?방가!''로 관객을 웃고울렸던 육상효 감독의 신작이다. 25일 개봉. 

신진아 나이가 많을수록 더 재밌게 볼 영화가 아닌가. 80년대 분위기를 조금은 아는 관객으로서 솔직히 그냥 그 풍경만 봐도 뭔가 울컥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영화 자체가 주는 재미도 있지만 그 영화로 인해 야기되는 갖가지 감정이 더 마음깊이 남는 영화다.

이명진 20대 관객인 저는 그냥 한 ''평미남''(평균미만남자)의 좌충우돌 연애담을 편하게 본 기분이다. ''방가?방가!''가 사회문제를 좀 많이 다뤘다면 이번 영화는 실제 사건을 다뤘다고 하나 5.18민주화운동 정도로 무거운 역사적 사건은 아니라서 부담없이 가볍게 볼만했다.

신진아 1985년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의 5개대 남녀학생 73명이 서울 미문화원을 기습 점거, 농성을 벌인 사건이 소재다. 하지만 그들이 왜 이곳을 점거했는지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영화라기보다 그렇게 뜨겁게 달아올랐던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인권은 목적은 다르지만 사랑 때문에 뜨거워진 청춘이라는 점에서 그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특히 그는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을 꿈꾸는데, 감독은 혁명이란 게 바로 이렇게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명진 우리 대학다닐 때와는 많이 달라 생소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개인생활에 몰두하는 지금과 달리 사회적 이슈를 위해 뭉친 그들의 모습이 좋아보였다. 지금과 다른 고백방식, 사랑표현은 풋풋하면서도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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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혹시 들어나봤나, 백골단이라고. 최루탄에 물대포, 전경들까지. 특히 전경이 된 대학생의 아픔도 살짝 다뤘다. 사귀던 여학생은 학생운동하고 남자는 군대갔다 전경으로 차출됐는데 시위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난다. 좀 작위적인 면도 있지만 시대적 풍경 중 하나였다.

이명진 김인권은 실제로 만나서도 참 좋았는데 영화에서도 정말 재밌었다. 특히 박철민과 호흡이 좋았다. 마지막에 무슨 암호처럼 짬짜로 어쩌구 하잖나. 그거 진짜 팡 터졌다.

신진아 김인권은 대체불가의 배우같다. 인생의 쓴맛단맛짠맛을 다 아는, 사람냄새 폴폴나는 코믹연기를 누가 할까. 이소룡을 선망하던 중국집 배달부에서부터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한없이 수줍고, 그러면서도 잘보이기 위해 살짝 허세도 부릴줄 아는 그의 모습은 뭔가 서툴고 부족해서 애틋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매력을 지녔다. 실제의 그는 재치가 넘친다기보다 예의바르다는 인상이 더 강한데,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수석입학한 인재다.

이명진 사진찍을 때 ''방가?방가!'' 재밌게 봤다고 하니까 방가방가 인사를 세차례나 해주셨다.

신진아 ''해운대''와 ''광해'' 두 편의 1000만 영화에 출연한 배우님께서 황송하게도?

이명진 한번만 해주셔도 되는데! 암튼 처음에는 짝사랑하니까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전경한테 맞으면서도 씩 웃잖나. 내 마음도 훈훈해졌다. 유다인은 ''시체가 살아있다''에서도 눈여겨봤는데 이번에는 참 청순하게 나왔더라. ''납뜩이'' 조정석은 뮤지컬배우답게 가창력이 발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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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민중가요 ''타는 목마름으로''를 불렀다. 안치환, 김광석 버전도 있는데 조정석도 꽤 괜찮았다. 다만 출연분량이 많지않아 조정석 팬이라면 좀 아쉬울수도 있겠다.

이명진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조금 답답하고 지루한 면도 있었지만 재밌게 볼만했다.

신진아 감독 특유의 재치넘치는 대사, 추억을 환기시키는 1980년대 풍경,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낭만적 정서와 인간미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가 잘 어우러졌다.

이명진 전국철가방협회 소속 배달부들의 이상한 모습도 재밌었다.

신진아 개그맨 김미려는 ''천녀유혼'' 왕조현처럼 차려입었다. 박철민은 황비홍이고, 김인권은 이소룡, 또 누구는 강시 코스프레를 했다. 김완선의 ''오늘밤''도 당시 분위기를 전한다. 민중가요와 대비를 이루면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밤''이란 가사가 같은 단어 다른 의미로 숨은 재미가 있다. 실제는 1986년에 발표된 곡인데 김완선이 대표적 가수라서 사용했다고.

이명진 참 영화끝나고 자장면 먹으러갔다

신진아 그건 그렇고 우리네 밥상이 푸드 마일리지가 매우 높은 식품들로 채워지고 있는데 이게 참 문제다.

이명진 선배 그런데 그게 영화랑 무슨 상관?

신진아 이 영화의 부작용(?)이랄까. 갑자기 세상에 딴지를 막 걸고 싶어진다. 더불어 1980년대 대학시절을 보낸 지금의 40~50대는 그때의 초심을 떠올리면서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지금 현재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격하게'' 생각하고 실천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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