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시작하면서 "국감을 대선에 이용하려는 야당의 전략에 휩쓸리지 않겠다"며 ''민생중심의 정책국감''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국감이 시작된 지 나흘 만인 지난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책국감은 사실상 실종됐다는 평가다.
이때부터 새누리당은 "NLL 포기 발언은 국가영토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선거를 떠나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며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박근혜 후보까지 가세해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인가"라며 문 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신북풍을 조장하고 있다"며 역공을 펼치고 있어 이 문제는 이미 대선판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이슈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NLL 포기 발언''의 진위를 떠나 새누리발(發) 의혹 제기가 정책국감은 물론 대선 후보들의 정책선거 역시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국감'', ''정책선거''를 내세운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연일 "야당이 정책선거가 아닌 정치선거, 네거티브 선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와 관련해서 만큼은 ''국가정체성의 문제''라며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종북세력'', ''빨갱이'', ''국가정체성'', ''영토수호'' 등의 단어가 공식, 비공식적으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수도권 의원은 "NLL 문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필 왜 지금인가?"라고 반문한 뒤 "결국은 정치공방으로 변질되면서 중도층의 정치에 대한, 특히 새누리당에 대한 혐오감만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박 후보가 직접적인 타깃이 되고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 등과 관련한 역사인식 역시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박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선대위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물론이고 소위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까지 ''국민대통합의 미래로 나가기 위해''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며 박 후보의 문제 발언이 나왔고 당시 기자회견장에 나와 있던 측근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다음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층 유권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말도 해야 되는데 ''과연 선거운동이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 핵심 측근의 ''잘못된 보고''를 질책하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벽은 박 후보 자신이라는 지적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측근들까지 기자회견 전까지 내용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대선 후보가 되면 아무리 자기 생각이 그렇더라도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의를 거쳐 입장을 발표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대학교 강원택 교수는 "국민들은 미래 대통령 박근혜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에 비해 박 후보의 입장은 여전히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의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지지층의 외연확대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명지대 정치학과 신율 교수 역시 "박 후보 입장에서야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이는 자신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문제이고 피해를 당한 또다른 가족들이 있는 문제"라며 "인혁당 ''두개의 판결'' 발언 논란 때처럼 역지사지가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