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을 선언한 인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친노 핵심 참모 3인방을 비롯,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소문상 정무행정팀장, 윤건영 일정기획팀장, 박남춘 특보단 부단장, 윤후덕 비서실 부실장, 김용익 공감2본부 부본부장 등 9명이다.
이들의 퇴진은 대선후보 경선 직후부터 불거졌던 인적쇄신 논란을 불식시킴으로써 문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들 9인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문재인 승리의 ''노둣돌''이 되겠다"며 "저희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이제 물러난다. 선대위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름도 직책도 없이, 뒤에서 오로지 문재인 후보의 승리만을 위해 뛰려 한다"며 "정권교체의 노둣돌이 되기 위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노둣돌은 말에 오르거나 내릴 때 발돋움하기 위해 놓는 큰 돌을 일컫는 옛말이다.
이들은 "언제부터인가 친노는 민주당에서조차 낙인이 돼 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고,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실을 한번도 부끄러워 해 본 적이 없다"면서도 "그 낙인이 명예든 멍에든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문 후보의 자원봉사자를 자임한 것에 불과하지만 존재 자체가 어떤 분들에게 부담이 된다면 기꺼이 물러나고자 한다"며 "이런 현실이 비감하다. 그 조차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저희에겐 그것이 순명(順命)일 것이다. 회한은 침묵으로, 아쉬움은 뒤에서 묵묵히 흘리는 땀으로, 다 묻어버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저희들의 퇴진을 계기로 제발 더 이상 친노-비노를 가르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더 이상 계보나 계파를 가르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용광로 선대위'' 안에서 화합하고 힘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당초 친노 인사의 백의종군 선언은 양정철, 전해철, 이호철 등 이른바 ''3철''로 불리는 3인방에 국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내부 논의 과정에서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인방 가운데 이호철 전 수석은 일찌감치 부산에 내려가 캠프내 공식 직함이 없고, 전해철 의원은 기획부본부장으로서 역할이 크지 않았던 만큼 양정철 전 비서관의 퇴진이 핵심이라는 견해가 많다.
친노 참모들의 퇴진선언은 문 후보 캠프의 ''새로운 정치위원회'' 출범과 맞물려 정치쇄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과 함께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기도 하다.
전해철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뒤 측근들이 일부 물러났으나 부족하다는 여론이 많았다"며 "무엇보다 정권교체와 문재인 후보의 대선승리를 위해 퇴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2선후퇴의 진정성을 보이는 차원에서 물러나기로 한 만큼 앞으로 더이상 친노와 비노, 지역으로 편을 가르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