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NLL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동시에 한반도는 북위 38도선으로 남북으로 분리돼 남쪽은 미군이 일본군의 항복을 받고 북쪽은 소련군이 일본군의 항복을 접수하면서 분단됐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남북은 다시 휴전선으로 분단됐다.
휴전선은 서쪽으로 예성강 및 한강 어귀의 낙도(落島)인 교동도(喬桐島)에서부터 개성 남방의 판문점을 지나 중부의 철원. 금화를 거쳐 동해안 고성의 명호리에까지 이르는 248㎞(600리)의 길이로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를 군사 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이라고 한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2km 떨어진 경계선을 "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이라 하고 남쪽으로 2km 떨어진 경계선을 "남방한계선"(SLL, southern limit line) 이라고 한다.
이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의 4㎞를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라 하여 남북 사이의 완충지대로 삼아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비무장지대 안에는 양쪽의 군사 활동을 감시하는 전방 감시 초소(GP, GUARD POST)가 있다.
육지에는 북방한계선(NLL)과 남방한계선(SLL)이 있지만 바다에는 북방한계선 NLL만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서해상에 북방한계선 NLL은 있는데 남방한계선 SLL은 없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육지에는 북방한계선(NLL)과 남방한계선(SLL)이 있는데 바다에는 북방한계선만 있다?
= 그렇다.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서해상에는 육지와 같이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북방한계선만 있다.
한반도가 해방과 동시에 북위 38도선으로 분단됐고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 1953년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남북은 38선 대신 휴전선으로 군사분계선이 대체됐다.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2km 떨어진 지점을 남방한계선, 북쪽으로 2km 떨어진 지점을 북방한계선이라고 한다.
육지에는 분명하게 군사분계선(휴전선)을 기준으로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바다에서는 북방한계선만 존재한다. 남방한계선이 따로 없는 것이다.
1999년 연평해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남북한 어선들은 북방한계선(NLL)을 자주 넘나들었으며 이로 인한 무력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 왜 서해상에는 남방한계선이 없는 것이냐?
= 남북 간이나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과 북한군 사이에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전협정 당시 해상에서의 경계선이 설정되었더라면 남방한계선이 있었을 것이고 비무장지대처럼 중립지역이 있었을 것이다.
백과사전에 북방한계선을 찾아보면 "1953년 정전 직후 클라크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 북한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경계선"이라며 "1953년 7월 27일 이루어진 정전협정에서는 남북한 간 육상경계선만 설정하고 해양경계선은 설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던 클라크(Mark Wayne Clark)가 정전협정 직후 북한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북한에 공식 통보도 하지 않은 해양의 한계선이다.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NLL''로도 부른다"라고 나와 있다.
당시 유엔군사령관이었던 클라크가 정전협정 체결 한 달 후인 1953년 8월 일방적으로 북방한계선을 선포했다고 미국의 비밀 해제 문서에서 드러났다. 그래서 해상에서의 NLL을 ''클라크 라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NLL은 동해는 지상군사분계선을 평행으로 연장한 선을 기준으로 했으며 서해에서는 당시 영해기준 3해리 및 서해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5개 섬)와 북한의 옹진반도 중간선을 기준으로 삼았다.
◈ 그렇지만 서해에서의 NLL이 해상 경계선으로 기능해온 것 아닌가?
= 1953년 클라크 유엔사령관의 일반적인 선포로 북방한계선이 그어졌지만 이후 1972년까지 북한에서 이 한계선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준수함으로써 남북 사이에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1973년 들어 북한이 서해 5개 섬 주변수역이 북한 연해라고 주장하면서 이 수역을 항행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북한 함정들이 빈번히 북방한계선을 넘어옴으로써 남한 함정들과 맞닥뜨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유엔사령부가 NLL 확정에 대해 통보했을 당시 북한 측의 분명한 이의 제기가 없었고, 20여 년 간 관행으로 준수해 왔으며,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11조의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래서 북방한계선이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기능을 해왔고 굳어진 것이다.
국방부는 북방한계선이 곧 해상의 군사분계선인 근거를 ''응고의 법칙''과 ''시효의 법칙''을 내세우고 있다. ''응고의 법칙''이란 관계 측과의 합의, 승인, 묵인 등의 복합적 요인에 의하여 권한획득을 인정받아 그것이 현실로 굳어지게 된다는 법칙이고 ''시효의 법칙''은 영해나 영토주권에 관한 국제법상의 위법행위를 상대측이 항의하지 않고 오랫동안 묵인할 경우 인정된다는 법칙을 말한다. 물론 북한에서는 이를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 그런데 김영삼 정부시절 국방부 장관이 NLL을 넘어와도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말을 했다는데?
= 1996년 이양호 국방부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그런 말을 했다.
천용택 당시 국민회의 의원이 국회에서 "서해에서 북한 경비정이 5㎞나 넘어왔는데 국방부의 대응이 미흡한 경위가 무엇이냐"고 따지자 이양호 국방부장관은 "북방한계선(NLL)은 어선 보호를 위해 우리가 그어놓은 것으로, (북한 측이) 넘어와도 정전협정 위반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양호 장관과 같은 답변을 요즘 했다면 엄청난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1996년 당시 조선일보에서 이 문제를 "[해상북방한계선 파문] `합의된 선''없어 논란 무의미"라는 제목으로 상세하게 보도했다. 일부 내용을 옮기자면,
"우선 논란이 된 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은 지상의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MDL)과 개념상으로나 법적으로나 의미가 다르다. 휴전선으로도 불리는 군사분계선은 1953년 7월27일 남-북간에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 규정된 남북 간의 지상경계선을 말한다. 때문에 서로 간에 상대방 지역을 침범하면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러나 바다의 경우는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다. 바다에 말뚝을 표시할 수도 없는 입장으로 각기 양측에서 관행적으로 인정해온 수역을 경계로 교통을 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해상의 북방한계선은 휴전 한 달이 지난 1953년 8월30일 (유엔)사측이 최접경수역인 백령도 연평도 등 6개 도서군과 이를 마주하는 북한 측 지역과의 중간지점 해상에 임의로 설정한 것이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금의 보도와는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자리에서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이지만 NLL은 우리 해군이 더 이상 북상을 하지 못하도록 한 작전 금지선에 불과했다. 오늘에 와서 이것을 영토선이라고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정부도 NLL이 해상 분계선이 아니라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표명한 적이 있다.
헨리 키신저가 미국 국무장관 시절인 1975년 2월 28일 작성된 외교 전문인데,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 사령부 및 유엔 사령부에 발송된 문서에 NLL이 국제법적 지위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외교전문에는 "미국이 전부터 말해왔듯이, 북방정찰한계선(Northern Patrol Limit line)은 국제법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북방정찰한계선은 일방적으로 선포된 것으로 북한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구나 그 선은 일방적으로 국제수역을 분리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국제법과 미국 정부의 해양법에 반하는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이양호 국방장관의 발언이나 1996년 조선일보 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미국 정부의 외교전문 모두 북방한계선이 최근 새누리당이나 언론에서 주장하는 ''영토선''의 개념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그어진 경계선임을 인정하고 있다.
◈ 그렇지만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았나?
= 서해 북방한계선을 해상 경계선으로 구체적인 합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1992년에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2장(불가침)의 부속합의서 제10조에는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상불가침선은 계속 협의한다."고 명시함으로서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함으로서 북방한계선을 경계선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북한이 북방한계선을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북측에서는 해상 불가침선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북방한계선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북방한계선 지역의 평화적 관리를 위한 공동어로수역 설정이다.
2007년 남북정상은 10.4 선언을 통해 ''''남북 공동어로수역 설치''''를 합의하고 채택했지만 2007년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 회담 등에서 공동어로수역 설정의 기준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라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 지금 정치권의 쟁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느냐 여부 아니냐?
= 두 가지인데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느냐 하는 것과 ''단독회담''과 ''녹취록''이있느냐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2007년 10월 3일 오후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열린 남북 정상 단독 회담 당시 (NLL 관련 문제의) 회담 내용이 녹음됐다"며 노 전 대통령이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고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북한) 통일전선부는 녹취된 (정상회담) 대화록이 비밀 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 라인과 공유했다"며 "현재 (이 녹취록을) 통일부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문헌 의원은 ''NLL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영토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17일 ''영토주권 수호 및 국가안보 다짐'' 결의문을 채택한데 이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서해상 북방한계선을 경계선으로 분명히 했다는 증언들이 나온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남북 공동어로구역'' 합의는NLL 경계선을 인정한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남북이 5곳의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NLL을 경계선으로 하고 그 위에 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한 것"이라며 "경계선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의 핵심적 합의 사안중 하나가 제5항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다. 남북이 군사적. 경제적인 협력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 해역의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던 것이다.
서해평화지대 구상의 세부 내용이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북측 해주 경제특구 개발, 한강 하구 공동이용 등인데 이런 논의를 했다는 자체가 NLL을 경계선으로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NLL을 포기했다면 이런 논의가 무의미했을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