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00년 이후 휴전선 귀순자 중에 민간인과 후방부대 귀순자를 제외하고 비무장지대 북한군만 자신을 포함해 6명에 이른다"며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5명 중 4명이 휴전선을 무사통과했다"고 말했다. 이 중에는 지난 2008년 대낮에 권총을 쏘며 귀순한 전 북한군 중위 이철호씨도 포함돼 있다. A씨는 "2년 전 귀순한 민정하사관은 넘어오면서 북한군에게 잡히면 자폭을 하겠다고 수류탄의 안전핀을 빼고 손으로 누른 상태에서 수류탄을 감싸쥐고 다녔지만 남한측에서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 허탈했다는 말을 하더라"고 증언했다.
A씨 역시 밤중에 귀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귀순사실을 알리기 위해 10발의 총을 쏘고 철책을 발로 차기까지 했다. 그는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 수색요원으로 근무를 하다가 귀순을 결심하고 휴전선을 넘었다고 한다.
밤에 귀순을 하다 보니 총을 쏨으로써 자신이 귀순자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총을 휴대했다. 그는 "제가 쏜 것은 한 10발 정도인데, 다섯 번에 걸쳐서 두번씩 공중에 쐈거든요. 중앙분계선을 넘어서면서 총을 쐈는데 GP(비무장지대 안 경계초소)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GP반응을 기다리다가 반응이 없길래 GOP(철책선 근무부대)로 곧장 갔지요. 반응이 없다는 것은 결국 나를 받아주려는 의사가 없구나, 아니면 나를 확인 못했구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 기다릴 수가 없어서 GOP초소까지 간거지요."라고 술회했다.
그는 이어 "철책을 넘지 않고 GOP철책을 따라서 또 300미터 가량을 무작정 걸었어요. 그 사이에 나를 발견해줘야 하는데 300미터 구간에 나를 세우는 군인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죠. 대략 300미터면 GOP초소만 다섯개에서 여섯개 이상이거든요. 굉장히 공포스런 순간이었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급기야 "이게 초소이다, 싶은 구간에 가서 철책선을 발로 탕탕탕 찼지요. 그제서야 나를 맞을 준비를 하고 누구냐고 물어가지고 내 신분을 밝힌 거지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A씨는 언론과 국방부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그는 "내가 넘어왔던 해당 부대의 부대장과 관련 장병들이 모두 징계받은 걸로 알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그 때 당시에 귀순자 유도작전 성공이라고 보도가 되었다. 표창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서 혼자서 웃고 아, 믿을 게 못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A씨는 비무장지대 경계가 허술한 것은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북한도 사실은 해이해져서 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쪽은 넘어가기가 굉장히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뢰나 고압선이 설치되어 있다. 남쪽은 그런게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남측에서 근무를 더 잘 서야 하는데 허점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