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전남 영암군 한 양돈농가.
이 농가에서 돼지 1천500마리를 키우는 이모(61)씨는 "돼지들에게 사료를 며칠째 못 주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돼지 값이 급락하면서 사료 값을 주지 못하고 외상이 늘어나자 최근 사료업체들은 공급을 중단했다.
어떻게든 현금으로 사료를 사들여 돼지를 먹여야 하지만 톤당 1만 5천 원씩 드는 처리비용도 없어 분뇨만 날마다 쌓여가는 실정이다. 이씨는 자꾸 울기만 하는 돼지를 속절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최근 돼지 도매가격은 6월 ㎏당 4천754원을 기록했다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해 9월 3천645원, 10월 현재 2천700원대까지 폭락했다.
적자가 나지 않고 현상유지 할 수 있는 돼지 도매가는 4천200원~4천300원대이다. 지금 시세로는 115㎏ 돼지 한 마리를 팔아도 9만 원 정도 적자를 보는 셈이다.
농가 측은 지난달부터 공급 급증과 수요감소가 겹쳐 돼지 값이 폭락하고 있다고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구제역의 여파로 생산량이 줄어들어 7천 원대로 돼지고기 값이 뛰자 가격안정을 무관세로 돼지고기를 들여오도록 했다. 여기에다 구제역 방제 이후사육된 돼지가 출하되기 시작하면서 공급물량이 지난달부터 크게 늘어 사육두수가 975만두에 이르렀다.
양돈 농가는 정부가 물가안정을 빌미로 몇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무분별하게돼지를 수입한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영암군 도포면 수산리에서 돼지 7천 마리를 키우는 임성주(61) 영암 양돈협회 지회장은 "물량을 제한하지 않고 무관세 수입을 허용한 정책이 문제다"며 "이런 가격이 계속되면 2~3달 이상 버틸 수 있는 농가는 없다"고 단언했다.
임 지회장은 "돼지는 통상 115㎏ 이상 무게가 나가면 점점 가격이 내려가 시세가 안 좋다고 출하하지 않을 수도 없다"며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보면서 운반비·도축비 들여가며 출하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정부는 돼지가격안정을 위해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 이달 말까지 도매가격이 ㎏당 3천500원 이하일 때 하루 2천 마리씩 최대 3만6천마리를 비축할 계획이다.
또 어미돼지 8만 마리와 불량 새끼돼지 10만 마리 자율감축, 조기출하를 통한 출하체중 감축, 자조금 재원 사용 등 소비촉진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양돈농가는 "정부가 사들이는 데도 한계가 있어 결국 무관세 수입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양돈농가가 다 망해 국산 돼지고기는 찾아볼 수 없는 대란이 찾아올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