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박연차 전 회장의 태광실업을 표적 세무조사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은 11일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 전 청장과 안원구 전 서울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의 지난해 3월 21일 검찰 대질신문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서 한 정 청장은 "안 국장에게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투입될 준비를 하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냐"는 물음에 "그런 사실이 있다. 국세청장실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전 청장은 안 전 국장에게 "''이런 일을 통해서 성과가 나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말을 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한 전 청장은 또 "서울청 세원관리국장이 세무조사에 참여한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한 전 청장은 지난 2008년 7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해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한 전 청장은 이 과정에서 태광실업 베트남 공장의 계좌를 조사하기 위해 평소 베트남 국세청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 전 국장에게 협조를 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안 의원은 전했다.
이에 따라 안 전 국장은 지난 2008년 8월 11일 한국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국세청장 회의 뒤 만찬 때 한 전 청장의 지시로 참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전 청장은 동영상에서 "안 국장이 만찬장에 참석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른다"고 안 전 국장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나 잠시 뒤 같은 동영상에서 한 전 청장은 "안 국장이 베트남 청장과 대면하면서 인사하는 순간 크게 실망했다. 베트남 청장이 안 국장의 얼굴도 못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이 동영상은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린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조홍희 전 서울청 조사4국장이 부적절한 술자리 때문에 총리실에서 경고조치를 받고도 서울청장으로 영전한 것은 태광실업 표적조사의 대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 의원은 따라서 "이명박 정권의 조직적인 비호로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한상률 게이트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안 전 국장은 서울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 소유라는 문건을 봤다는 이유로 한 전 청장으로부터 사임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 전 국장은 그 뒤 세무조사 대상기업에게 그림을 강매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1월 만기출소했다.
지난 2007년 11월 국세청장에 취임한 한 전 청장은 정권교체 뒤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태광실업과 박연차 전 회장을 표적 세무조사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한 전 청장은 여권 인사들과 골프회동, 학동마을 그림로비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낙마한 뒤 미국에 2년간 머물다 귀국했으며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