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전망…묘책은 큰 전투에서 써먹지 못한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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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의 대권 정치구도는 일단 3자 대결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이 안철수 후보의 등장으로 무너졌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을 통해 지지율을 높이며 박근혜, 안철수 후보와 삼각구도를 형성했다.


◇기발한 책략은 큰 전투에서 못 쓴다

우리의 대선구도와 한 달 전 네델란드 총선은 비교해볼만 하다. 네델란드는 여왕이 다스리는 입헌군주제이고 국정운영은 총리가 맡는다. 총선거 제도는 100% 정당명부제여서 제 1당이 되면 총리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총선에서는 자민당 마르크 루터, 노동당 디드릭 삼솜, 사회당 에밀 루머가 3파전을 벌였다.

마르크 루터는 우파고 삼솜과 루머는 좌파 후보였다. 총선전이 시작될 때 사회당과 노동당은 지지율에서 25대 11 정도로 사회당이 노동당을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벌이며 앞서고 있었다. 그러다 10대 26으로 완전히 뒤집혔는데 그 계기가 여야 정당대표 방송토론회였다.

방송토론회 평가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의 삼솜은 ''참 잘했어요''라는 토론 1등 평가를 응답자의 51%로부터 받았다. 같은 야권의 사회당 루머는 겨우 6%에 그쳐 총리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색깔도 정책도 비슷해 팽팽한 경쟁이 유지될 때 텔레비전 토론은 그만큼 결정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총선 제도가 100% 정당명부제여서 야권 후보들끼리의 단일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당연히 제 1당이던 우파의 자민당이 방송토론 이후 기세가 꺾인 사회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역전극을 벌여 2위를 차지한 노동당의 디드릭 삼솜은 올 봄만 해도 어눌하고 어색해보이는 정치신인 같았다. 그런데 여름이 무르익으면서 연설과 토론 솜씨도 무르익어 "경제 위기를 당장 벗어날 묘안은 없다. 고통스럽겠지만 참고 견디어 달라. 대신 모든 국민이 고통을 공평하게 나누도록 하겠다"며 진솔하면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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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야권에 좌파인 사회당의 루머는 "유럽연합이 뭐라든 네델란드를 위해 강경한 정책을 써 경제위기를 빠른 시일 안에 극복하겠다"고 강변했으나 유권자들은 달콤한 호언장담보다 진솔한 모습의 삼솜에게 표를 몰아줬다. ''절묘한 수는 심혼(心魂)을 울리지 못하고 기발한 수는 큰 전투에서는 쓰지 못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일까?

네델란드엔 녹색좌파당도 있다. 꽤 지지를 얻어가고 있었는데 당 대표 경선에서 서로 헐뜯으며 경쟁하다 당에 내분이 일며 그 자리를 겨우 유지하는 걸로 마감했다. 통합진보당을 생각나게 하는 상황이다.

언론사들은 여론 조사를 통해 방송토론 이후의 지지율 변화를 줄기차게 보도했다. 그러자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찍는 대신 마음에 드는 총리 후보를 따라 표를 던지는 묘한 변화를 보였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투표했느냐 물었더니 평소에 그 당을 지지했기 때문에 투표했다는 사람이 물론 많았지만 무려 25%가 그 당을 지지한 건 아니나 그 후보가 총리감이어서 그 쪽 당에 표를 줬다고 대답했다.

◇갈 길은 먼데 측근은 썩고 집안은 콩가루...

현재 우리나라의 대선구도에서는 단일화가 가장 강력한 변수임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의 팽팽한 3각 구도에서 단일화는 무엇으로 결정될까?

대한민국 정당은 ''정책 정당''이 아니다. 우리 유권자의 투표성향은 분위기를 타는 바람의 기질이 짙다. 그리고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어버리는 걸 꺼리기도 한다. 또한 후보 단일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 단일화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여론조사 지지율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도 후보들의 방송토론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커진다.

대선 후보들의 방송토론을 지켜보고 찍을 후보를 선택했다는 유권자 비율은 3~5%라고들 한다. 3~5%면 크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팽팽한 대결에서라면 상당히 의미 있는 비중이다.

한편으로 대선 토론을 보고 새로운 정보와 판단의 근거를 얻었다는 유권자는 50%~70%로 나타난다.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의미이다. 특히 방송토론 현장에 상대적으로 자주 등장하지 않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방송토론이 그만큼 중요하다. 더구나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다른 때보다 크다면 중요도는 더해간다.

궁금한 것 하나는 ''3자 방송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이 단일화에 유리할까,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지지율 상승과 야권단일 후보가 되는 것에 더 유리할까?''하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 여론이 너무 강하고,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역시 단일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갈 길은 바쁘고 길은 미끄러워 지지율이 뒤로 가는데 측근 비리는 터져 나오고 캠프의 중진들은 툭탁거리며 싸우고 답답한 노릇이다.

벗어날 방법은 있다. 방송토론에 나가서 멋지게 솜씨를 뽐내면 된다. 대선 후보 3 명에 대한 방송토론이 곧 시작된다. 처음부터 3자 토론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개별 초청 토론을 먼저 시작하고 3자 토론이나 양자 토론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특히 박근혜 후보 측은 협공을 당하기보단 두 후보가 단일화해 하나만 나오라 요구하며 시일을 끌 수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빨리 단일화를 하라는 것이어서 선뜻 내놓을 카드도 아니다.

방송토론은 어떻게 치려야할까? 방송토론은 어떻게 지켜봐야 할까?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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