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뒤면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국경일이면서 공휴일로 지내오다 지난 1990년 국경일에서 기념일로 후퇴하고 공휴일에서도 제외됐다가 2005년 국경일로 복귀됐지만 아직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글단체와 노동·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한글날 공휴일 추진 범국민연합''을 결성해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청원하고 나섰으며 6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특히 147만여 명의 팔로워로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파워 트위플 소설가 이외수씨가 트위터에서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촉구하는 ''무한RT'' 운동을 펼치고 나서는 등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문화관광부가 2009년에 이어 한글날을 공휴일 지정하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찬반양론이 비등하다며 국회에서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정부는(행안부)는 왜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결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답변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한글날이 5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정부나 국회가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 짧은 시일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민주당이 발의한 대로 아예 법에 법정공휴일로 명시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돼 있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법이 있다.
그렇지만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아직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지 않아 시간상 한글날인 9일 이전에 법을 제정하기는 불가능 하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도 국무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절차가 있기 때문에 9일 이전에 개정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올해 한글날은 공휴일로 지정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은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일단 지정하고 법안을 제정해서 내년부터 공휴일로 지키는 방법은 가능할 수 있지만 임기 말인 정부가 그렇게 무리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내년에는 한글날이 공휴일이 될 가능성이 있나?
= 내년부터 공휴일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법안 통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쪽은 민주통합당이다. 이미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이찬열 의원은 "올해는 어려워 졌지만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행안위 간사인 고희선 의원은 "솔직히 구체적인 고민을 못했다."면서 "올해 안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한글날이 공휴일 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공휴일을 늘리는 건 부담이 있는 만큼 공휴일이 대체가 되거나 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 여·야간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못한 만큼 행안위 차원에서 여론조사도 하고 찬성과 반대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정치 일정이 빡빡해서 법안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음 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여·야가 법률안 제정에 공을 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고희선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연말 임시국회에서라도 논의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고 이찬열 의원도 "대선도 있고 국감이 있어서 빡빡하지만 여. 야간 법률안을 논의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이미 한글날을 공휴일로 하자는 법률안이 발의돼 있지 않나?
= 그렇다. 민주통합당은 당론으로 법률안을 발의했고 새누리당은 김명연 의원이 법정공휴일을 법제화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통합당은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 5월 30일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가 어버이날과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공휴일 법''은 어버이날과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공휴일이 다른 공휴일과 겹칠 때에는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 하루를 공휴일로 하는 대체공휴일 제도 도입을 명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2일 추가로 선거일을 법정 유급휴일로 지정하는「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백재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은 현행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내용을 법률로 승격하고,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하는 등 공휴일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제정하는 한편,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여 국민에게 휴식을 통한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도 지난 7월 27일 ''국경일 및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국경일 및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은 우선, 현행 ''국경일에 관한 법률''과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통합해 하나의 법률로 제정하자는 것인데, 설날과 추석이 토요일인 경우에는 해당 주의 목요일을, 일요일인 경우에는 그 다음 주의 화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공휴일에서 제외된 국경일인 한글날과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16일 공휴일이 다른 휴일과 겹칠 때 평일에 하루 쉬도록 `대체 공휴일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18대 국회에서도 이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 |
제 1조 국가의 경사로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국경일을 정한다. 제 2조 국경일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3·1절 3월 1일 2. 제헌절 7월 17일 3. 광복절 8월 15일 4. 개천절 10월 3일 5. 한글날 10월 9일 제 3조 본법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부칙 <법률 제53호, 1949.10.1> 본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부칙 <법률 제7771호, 2005.12.29>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
▶ 국경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건 법률로 정해진 것 아니냐?
= ''법정공휴일''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국경일을 공휴일로 하는 건 법률로 정해져 있지 않다.
국경일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명시돼 있지만 공휴일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명시돼 있다. 공식적으로 따지자면 관공서와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이어서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률은 아닌 것이다.
근로기준법에도 ''근로자의 날''과 ''주휴일''만 법제화 하고 있어서 공휴일은 근로기준법상의 휴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공휴일에 해당하는 날을 휴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공휴일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백재현 의원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면서 "현재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선거일을 공휴일을 규정하고 있으나,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어 있고 공식적으로 관공서와 공무원에게만 적용되어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는 일요일과 국경일 중 삼일절과 광복절 제헌절 그리고 1월 1일과 설날(음력 1월 1일과 전후 2일), 석가탄신일 (음력 4월 8일), 어린이날(5월 5일)·현충일(6월 6일), 추석(음력 8월 15일과 전후 2일), 성탄절(12월 25일),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그리고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을 공휴일로 규정하고 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
제 1조 (목적) 이 영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 2조 (공휴일) 관공서의 공휴일은 다음과 같다.다만, 재외공관의 공휴일은 우리나라의 국경일중 공휴일과 주재국의 공휴일로 한다. <개정 1998.12.18, 2005.6.30, 2006.9.6> 1. 일요일 2. 국경일중 3·1절, 광복절 및 개천절 3. 1월 1일 4.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 (음력 12월 말일, 1월 1일, 2일) 5. 삭제 <2005.6.30> 6. 석가탄신일 (음력 4월 8일) 7. 5월 5일 (어린이날) 8. 6월 6일 (현충일) 9.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 (음력 8월 14일, 15일, 16일) 10. 12월 25일 (기독탄신일) 10의2.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 11.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 부칙 <대통령령 제13155호, 1990.11.5> 이 영은 1991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부칙 <대통령령 제15939호, 1998.12.18> 이 영은 1999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부칙 <대통령령 제18893호, 2005.6.30> ①(시행일) 이 영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②(국경일중 제헌절에 관한 경과조치) 제2조제2호의 개정규정에 불구하고 제헌절에 관하여는 2007년 12월 31일까지 공휴일로 한다. 부칙 <대통령령 제19674호, 2006.9.6> 이 영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
그래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공휴일 규정을 법제화 하자고 나선 것이다.
▶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이유는 뭐냐?
=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한글의 중요성과 국민적 인식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글날 공휴일 지정 재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한글날 공휴일 지정은 우리 국민의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우리말로 된 노래임에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건 한류문화 확산을 넘어 한글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문화부가 여론조사를 한 결과2009년 68.8%였던 찬성률이 2011년에는 76.3%로 높아졌고 2012년에는 83.6%로 껑충 뛰었다.
1990년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할 당시의 이유로 내세웠던 "이완된 사회분위기를 바로잡고 10월에 집중된 연휴를 줄임으로써 수출부진 등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1990년 당시 이연택 총무처 장관은 "연휴기간 중 관공서가 쉼으로써 영세민의 생계대책을 위한 취로사업도 쉬게 돼 많은 영세민들이 연휴를 오히려 괴롭게 생각하고 있고 병원 등도 쉬는 곳이 많아 국민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난해까지는 경제적 문제로 인해 공휴일 지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최근엔 생산성 향상이나 고용확대 효과, 내수촉진 등 긍정적 조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 당시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많았지만 이제는 창의성이 더 강조되는 시대이다 보니 정부의 입장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글단체와 노동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한글날 공휴일 추진 범국민연합은 지난달 18일 ''한글날 공휴일 지정 국민청원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하면서 "1990년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뒤 한글사랑, 나라사랑 정신이 흐려지고 우리 말글살이가 혼란스러워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대로 상임대표는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빠지면서 한글과 우리 경제 나라도 힘들게 되었다"며 "국경일 중 가장 경사스런 한글날을 공휴일로 되돌려서 나라와 겨레 한글도 빛내고 잘살아 보자는 뜻으로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추진하는데 왜 성사가 안 되고 있는 거냐?
= 정부 부처 간 교통정리가 안 되고 있는데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눈치를 보면서 지나치게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담당과장과 통화를 했는데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 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그래서 눈치를 보는 거냐? 관망만 하겠다는 거냐? 라고 집요하게 물었지만 "그건 아니고 국회에 법률안이 상정됐으니까 지켜보겠다.", "눈치 보기는 아니다."라는 답변을 계속했다.
행안부는 "공휴일이 늘어나면 생산성 문제 있고 자영업자 수입이 줄고, 일용직근로자 일이 줄어든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면서 "행안부가 소극적인 건 아니고 관련 부처 간 의견조율이 안됐고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행안부는 특히 "행안부가 주무부처가 된 건 공무원의 복무관계를 다루니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담당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법정공휴일 문제는 관련부처가 나서거나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화관광부는 공휴일로 지정하자고 주장하지만 고용노동부나 지식경제부 같은 경제관련 부처에서는 재계의 눈치를 보면서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국회도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글날 공휴일 지정 법안을 발의하고는 있지만 재계의 눈치를 보면서 18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한글날 연합은 특히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은 하루라도 미룰 수 없는 국민의 소망이므로 국회에서의 법률 심의와 처리에 앞서 현행 규정에 따라 정부가 즉시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공휴일로 다시 지정할 것을 청원한다."고 밝혔는데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서 설명한 대로 공무원과 관공서는 공휴일로 지키고 되고 기업체는 단체협약이나 복무규칙에 따라 공휴일로 할 수도 있고 중소기업들은 공휴일로 지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지 않나?
=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84%가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 노동단체들의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 해야 한다는 요구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외수(@oisoo)씨는 2일 새벽에도 "찬성하면 무한알티. 한글날을 공휴일로 제정하자고 제의합니다. 정계와 재계는 언제까지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를 강요할 작정인가요. 이 정도의 경제적 위치라면 한글날 하루 정도는 기리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를 부여해야 마땅치 않을까요."라고 했고 지난 6월과 9월에도 비슷한 트윗을 했고 이 글은 트위터에서 광범위하게 리트윗 되고 있다.
진보성향이나 보수성향 언론 대부분이 사설과 논설 외부필진의 기고 등을 통해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글날 공휴일 지정 범국민연합은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얻게 될 문화가치는 잃게 될 노동가치보다 훨씬 크다"며 "한글날 공휴일 지정은 4조9066억 원의 경제유발효과를 발생시켜 내수경기 활성화를 이끌어 내고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