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낮 1시께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성미산어린이집. 이곳에는 여느 때보다 활기가 넘친다.
추석을 3일 앞두고 아이들이 동네 어른들에게 돌릴 송편을 만들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덕이다.
추석 주간을 맞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원생 30여 명이 만드는 송편은 삐뚤빼뚤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고마움을 전하는 선물이라는 것을 아는지 아이들의 눈길과 손길은 자못 진지하다.
송편 재료는 이날 아침 7살 ''고참'' 원생 10여 명이 함께 준비했다.
인근에 있는 재래시장인 망원시장의 방앗간을 찾아 쌀가루를 곱게 빻아온 것이다.
저녁이 되면 아이들은 직접 만든 송편을 들고 집집마다 명절 인사를 하러 다닌다.
떡을 받은 어른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답례를 한다.
규모는 600여 가구, 1000여 명인데, 직접 거주하지 않지만 마을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까지 치면 더욱 커진다.
추석 연휴기간에는 성미산마을 주민들도 여느 도시민과 다름없이 각자의 고향으로 떠난다.
하지만 매년 명절을 앞두고 펼쳐지는 이러한 풍경 덕에 고향에 다녀온 뒤 다시 볼 이웃을 한 번 더 떠올린다고 했다.
이곳 주민들은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어린이집, 학교, 상점, 식당, 카페 등 사는 데 꼭 필요한 시설들을 세웠다.
이들 시설의 목적은 수익을 내는 데 있지 않다.
주민들이 시설들을 이용하고 즐기면서 ''함께''의 가치를 얻는 데 더 큰 뜻을 둔다.
어린이집의 경우 성미산어린이집을 비롯해 또바기, 우리, 참나무까지 모두 4곳이 있다.
교육 과정은 모두 비슷하다.
평등 교육을 강조하는 공동육아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경쟁보다 상생의 가치가 더욱 값지다는 것을 공동체의 삶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성미산마을의 공적인 일을 맡아보는 조직인 ''사람과마을''의 위성남(49) 운영위원장은 "마을 안의 모든 시설과 조직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각 시설은 개인이 아닌 공동의 것이니 이윤 추구보다 마을의 생활 인프라로서 주민들이 혜택을 입도록 돕는 데 큰 가치를 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