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극동건설 법정관리에 웅진그룹 ''휘청''

웅진, 극동건설·홀딩스 연쇄 법정관리 신청
1차 부도 후 만기 연장 실패, 유동성 위기로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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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 계열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26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극동건설은 지난 25일 만기 도래한 어음 150억 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냈고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과 만기 연장 협상에 실패해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극동건설의 최대 주주로서 1조 839억 원의 연대보증을 써 준 웅진홀딩스도 연쇄 도산을 우려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의 주식지분 89%를 보유하고 있다.

건설불경기와 국내 내수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극동건설까지 포함해 100대 건설사 가운데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이 20여개로 증가했다.

극동건설은 지난해 72억원의 순손실에서 올해 상반기 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듯 했지만 회사 이익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부채는 어쩔 수 없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이 4천 164억원으로 6개월 사이 751억원 늘었고 앞으로 1년 이내 갚아야 할 차입금도 534억원으로 466억원이나 증가해 금융권의 지원없이 독자적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결과적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시작된 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늪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여러가지 위기를 거치면서 IMF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극동건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건설업계가 연쇄 도산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권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급순위 36위의 극동건설은 건설경기 불황의 여파로 외환위기 당시 첫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론스타와 웅진그룹에 차례로 매각되면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 했지만 마지막으로 극동건설의 주인이 된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이 떠 안고 있는 부실과 부채에 짓눌려 오히려 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지경에 처하게 됐다.

6,70년대 잘 나가던 극동건설이 90년대 들어 만성적인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은 건설경기도 그렇지만 극동건설이 지분을 투자하고 시공한 서울 충무로 대연각호텔 화재의 여파가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166명의 사망자와 68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기업 이미지에 큰 오점을 남긴 것은 물론 사건처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로인해 기업의 자생력이 상당부분 훼손됐다는 것이다.

두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한 극동건설의 회생여부는 이제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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