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장학생, 장학 언론사…참 장하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새누리당 김재원 대변인 ''막말 파문''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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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새누리당 대변인으로 내정됐던 김재원 의원이 사퇴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다. 김 대변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기자들에게 "사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정보보고를 하느냐, 너희들 정보보고를 내가 다 알고 있다.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고 언성을 높인 뒤 기자들을 한명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네가 정보보고를 했느냐, 병신 XX들아. 너네들이 기자가 맞느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기자가 취재활동 중 수집한 정보를 소속 언론사에 보고했는데 동료 기자나 간부가 이 정보보고를 다른 누군가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해 왔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회사 재산을 빼돌려 사익을 취한 것이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언론의 자유 및 기자의 취재가 정파적으로 정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신문편집인협회 지침은 이를 경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 2조. "언론의 자유는 국민 대중의 소유이다. 그것은 어떤 세력으로부터도 방어되어야 한다. 언론인은 이기적인 목적으로 언론을 이용하려는 자들에 대해 경계하여야 한다."

제 3조. "언론인은 부정이나 부도덕한 일로부터 그리고 이해관계의 상충으로부터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 언론인은 그들의 청렴성을 타협하거나 혹은 그렇게 보이는 어떠한 행위도 수락하여서는 안 된다."

그러고 보니 ''너네들이 기자냐?''는 김재원 대변인의 마지막 물음은 의미심장하다. 기자가 소속 언론사로 보고한 정보가 내부 간세에 의해 정치인에게 꼬박꼬박 다시 보고되는 상황에서 ''병신''과 ''너네가 기자냐?''라는 모욕에 뭐라 대꾸하기가 난감하지 않은가.

◇들어는 보셨나? 유신기자, 새마을방송본부

언론 내부에서 특정 정치 파벌에 동조해 협력하는 사람들을 흔히 장학생이라고 불러왔다.

유신 정권은 언론을 언론으로 취급하지 않는 무지막지 스타일이었다. 1972년 KBS에 새마을운동 홍보를 위한 ''새마을방송본부''를 만들고 1973년에는 모든 방송들을 소집해 ''새마을방송협의회''를 구성했다. 여기에서 정부의 각종 보도 및 제작 지침이 하달됐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청와대가 나서 대통령 우상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북한의 노동신문이나 평양방송은 김일성 소식을 전하면서 ''말씀하셨다''고 보도하는데, 우리는 대통령이 ''밝혔다''는 식으로 보도하니 그래서야 되겠느냐"고 불쾌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 후 일부 방송국은 한동안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뉴스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때 집권당인 공화당과 친분을 과시하며 방송사에서 떵떵거린 사람들을 ''유신기자''라 부른다. 아예 공화당에서 일하다 방송사로 특채돼 기자가 된 사람들도 있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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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정권 시절엔 언론 장악을 위해 언론계 간부들의 성향을 분석한 뒤 넘어 올만한 사람들을 포섭했다. 그리고는 ''언론정화'' 계획에 의해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해직시켰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정화보류자 44명, 정화자 938명 등 982명의 이름과 등급이 적힌 ''언론정화자 명단''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 다음에 작업한 것이 ''전두환 장학생''이다. 전두환 장학생들은 설 세배 등 인사를 하러 갔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인사 온 언론인들에게 돈봉투로 답례했다 한다. 이런 식의 관리는 대통령직을 물러난 뒤에도 계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태우 정권을 거쳐 문민정권으로 넘어가서도 마찬가지. 김영삼 전 대통령의 ''YS 장학생''은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을 만큼 유명하다. 언론사 취재정보는 물론이고 언론사 내부의 동향을 대통령 되기 전인 후보 시절부터 일일이 캠프에 보고해 사랑받은 장학생들이 많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때에는 장학생을 ''위스키 앤 캐시''라고 불렀다. 언론 로비 작업을 지금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청와대나 문화관광부에 있으면서 주로 맡았는데 술자리를 함께 하고 용돈을 쥐어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 비자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 모 씨가 검찰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 흘러나오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술과 밥만 열심히 샀고 돈 봉투를 돌린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언론장학생과 장학언론사?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의 정치특보나 가까운 인물을 아예 언론사 사장으로 앉혀 손 쉽게 방송사를 관리해 아직도 주요 방송들이 곤경에 처해 있음은 보시는 대로이다.

요즘은 ''장학생''만 있는 게 아니고 ''장학사''도 있다는 소문이다. ''장학생 언론사''란 뜻이다. 사연인즉 언론사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유력 후보를 놓고 여론 조사를 실시해 누가 어느 정도 앞서고 있는지를 열심히 전하고 있는데 조용히 몸 사리고 있는 언론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MBC,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최근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언론사들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실시와 안철수 출마선언 효과 때문에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지금 조사하면 출마선언 직후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올 것이고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니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다는 해석이다.

역시 장학금을 타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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