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무단거주자로 골치

주인이 있는 빈집에 무단침입해 장기거주하는 노숙자들 때문에 영국 정부가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노숙자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멀쩡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치솟는 집값 때문에 ''무단거주자''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23일(한국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빈집 무단거주자''들은 영국 전체적으로 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단체들은 적어도 5만명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빈집 무단거주자들은 리모델링 중이거나 집주인이 사망한 빈집에 들어가 장기거주하는 사람들로, 한 집에 많게는 10여 가구가 함께 살기도 한다.

영국의 빈집 무단거주자들이 증가한 것은 우선 유럽 지역의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늘어난데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각종 사회보장혜택을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질적인 주택난으로 인해 집값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싼 것도 빈집 무단거주를 양산하고 있다. 런던 중심가 경우 아파트 월세가 한달 평균 미화 6천 달러(한화 720만원 상당)로 일반인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무단거주자로 전락한다. 패션 사진작가인 리차드 브로드버리(34)는 운영하던 사진관이 망한 뒤 신용카드 대금과 대학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월세방을 나온 뒤 친구의 소개로 무단거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영국 정부는 빈집 무단거주자들이 급증하자 이달부터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법률을 시행해 단속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현재 살고 있지 않는'' 빈집의 경우 무단 침입자들을 쫒아내기 위해서는 법원으로부터 ''퇴거명령''을 받아와야 했다.

하지만 새 법률은 이같은 절차를 없애고 무단 거주자에게 최고 8천달러의 벌금과 6개월 징역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률은 ''주거용 건물''에만 국한돼 ''상업용 건물''에 무단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영국의 무단거주자 문제는 유럽 지역의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과 턱없이 높은 부동산 임대료 때문이라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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