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XC 챔피언 등극 후 UFC 입성
임현규는 7월 28일 괌에서 열린 종합격투기대회 ''PXC 32''에서 웰터급(-77kg)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멀게 만 보였던 ''UFC 입성''의 꿈이 한 발짝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너무 좋은 나머지 손에서 챔피언 벨트를 놓지 않았다.
8월 중순 무렵이었다. 임현규는 벨트를 품에 안고 TV를 보던 중 소속팀 하동진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현규야, UFC랑 계약 체결했어." 순간 멍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싶었죠.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었어요. 2012년 8월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에요."
하 감독은 PXC 챔피언전을 준비할 때 임현규에게 "챔피언이 되면 UFC와 무조건 계약한다"고 귀띔했다. 그 말이 자극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임현규는 대회를 앞두고 체육관에서 직접 머리를 밀었다. 정신 재무장을 위해서다. "적은 나이도 아니고, 여기서 지면 UFC 진출은 물거품이 되니까 (챔피언이) 절실했죠."
타 단체로 가게 되면 챔피언 벨트를 반납하는 게 원칙이지만 PXC 측은 UFC에 입성한 초대챔프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임현규가 벨트를 영구보관하게 배려했다. 그는 "(벨트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고 가끔씩 허리에 둘러본다"고 웃었다.
임현규는 학창시절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초,중학교 때 각각 축구부와 육상부에서 활동했다. 중3부터 3년간 체육관에서 권투를 배웠다. 하지만 종합격투기의 존재를 알게 된 건 군 복무(의무경찰) 중일 때다.
"내무반에서 우연히 일본 종합격투기 ''프라이드'' 중계방송을 봤어요. 잔인한 느낌이 들면서도 한 번 배워보고 싶었죠." 제대 직후인 2005년 11월, 그는 코리안탑팀과 운명처럼 만났다. "집 근처에 있는 체육관을 무작정 찾아갔는데 거기가 바로 코리안탑팀이 운동하는 곳이었죠."
임현규가 애초부터 프로 파이터를 꿈꾼 건 아니었다. 일반부에서 운동을 하다가 하 감독의 눈에 띄어 선수부로 옮겼다. 의욕은 넘쳤지만 현격한 실력 차 때문에 좌절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에서 져도 서브미션(꺾고 조르는 기술) 거는 건 좋았어요. 탭 치는 회수가 점점 줄고, 기량이 조금씩 느는 게 느껴지니까 재미있더라고요."
격투기 시작은 늦었지만 임현규는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고, 입문 7년 만에 당당히 UFC 무대에 서게 됐다. 정찬성과 양동이를 UFC 파이터로 키워낸 하 감독은 "(현규는) 7년간 공들인 웰라운드 파이터다. 소속팀에서 배출한 UFC 파이터 중 가장 준비가 잘 된 선수다"고 칭찬했다.
임현규의 두드러진 장점은 뛰어난 체격조건다. 187cm의 큰 키에 팔 길이가 200cm에 달한다. 웰터급 안에서는 물론이고, UFC 모든 체급을 통틀어 그보다 리치가 긴 선수는 상위 체급인 존 존스, 알리스타 오브레임, 스테판 스트루브 정도다. 팔이 길면 상대 주먹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펀치를 내뻗을 수 있어 경기운영 면에서 한층 유리하다. 임현규는 10승 중 7번을 펀치KO로 이겼을 만큼 타격에 강점이 있다.
다만 멘탈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실전경험을 쌓으면서 경기 전 지나치게 긴장하는 습관은 많이 나아졌지만 옥타곤 위에 서면 넘치는 승부욕 탓에 성급하게 덤빌 때가 많다. 그는 눈매는 선하지만 기선 제압을 위해 눈싸움도 즐긴다. "저는 한 대 맞으면 그대로 갚아줘야 직성이 풀려요. 그래서 스스로 흥분한다 싶으면 세컨드한테 가라앉혀달라고 미리 부탁해요."
통산전적은 10승 1무 3패. 이중 KO승이 9번이다. 특히 KO로 이겼을 때는 2라운드 초반을 넘기지 않았다. 문제는 판정까지 간 적이 거의 없어서 자신에게 3라운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 "3라운드에서도 1라운드 같은 움직임이 나올런지 걱정되요." 이번 경기는 본인의 실력과 멘탈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다.
임현규의 UFC 데뷔전 상대 구이마라에스(통산전적 8승 1무)는 브라질단체 정글파이트에서 챔피언에 오른 후 지난해 UFC 데뷔전에서 1승을 거둔 신예다. "거머리 같은 선수"라는 그의 평가처럼 근성있고 끈질긴 선수다. 한 단체의 챔피언 출신인 만큼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임현규는 "모 아니면 도가 나올 수 있는 경기"라고 말했다.
UFC는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다.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승자에게는 돈과 명예가 집중되는 반면 패자는 퇴출 공포에 시달린다. 하지만 임현규는 데뷔전에서 승리 그 이상을 마음에 두고 있다.
"저는 화끈함을 지향하는 스타일이에요. (정)찬성이 빼면 UFC에서 동양인은 소극적이라는 편견이 많은데 그걸 깨고 싶어요. ''동양인도 화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