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발언 이후 좀처럼 역사관 논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 후보는 지난 18일 발표된 jtbc-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후보에게도 지지율을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역사관 논란은 후보 당선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하는 등 파격행보를 보이며 추진해온 ''국민대통합'' 행보를 무색케 만드는 것은 물론 중도층을 돌아서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후보의 핵심 측근조차 "역사관 문제를 정리하고 가지 못하면 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게 내 생각"이라고 말할 정도다.
여기다 최근 친박계 좌장 역할을 하던 홍사덕 전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지인으로부터 6천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4.11 총선 비례대표 공천뇌물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측근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19일에는 박근혜 비대위체제 시절 남양주갑에 공천을 받은 친박계 송영선 전 의원이 강남의 한 사업가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영입해 추진하고 있는 정치쇄신 작업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 후보는 이날 정치쇄신특위 회의에 참석해 "이렇게 쇄신의 발걸음에 재를 뿌리는 일이 다시는 있어선 안되겠다"면서도 "우리 당 식구들이 많다 보니까 여러가지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 바람 잘 날이 없다"고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후보가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홍 전 위원장이 자진 탈당하고 송 전 의원은 즉각 제명처리 되는 등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지만 이같은 일이 자주 반복되면서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은 물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도 박 후보에게는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출마 여부를 놓고 1년여를 끌어왔던 안 후보는 19일 드디어 출사표를 던졌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으로 야권의 대선 경쟁이 불붙으며 국민적 이목이 자연스럽게 야권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돼 박 후보에 대한 관심도가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안 후보는 특히 출마 기자회견에서부터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힘든 인간적인 고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는 본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밝히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한다"면서 박 후보의 역사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같은 3각 파고에 맞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관과 관련해서는 지난주 인혁당 발언 사과번복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당 안팎에서 박 후보에게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박 후보 스스로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가 아버지와 관련된 비판에 대해서는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며 "측근 그룹에서는 추석 전에 역사관 논란을 정리하고 가야한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받아들여질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측근 비리의 경우 박 후보가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큰 골칫거리다. 박 후보 스스로도 "바람 잘 날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뇌관과 같다.
한 측근 의원은 "기껏 정책을 잘 만들어 내놓으면 무엇하느냐"고 반문한 뒤 "측근 비리 사건 하나만 터져도 다른 것은 모두 묻히고 만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안철수 변수 역시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박 후보는 당분간은 자신과 대비되는 이미지를 가진 문(文)-안(安) 두 주자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 의원은 "선거라는게 앞으로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만큼 지금 임기응변으로 뭔가를 하기 보다는 가던 길을 뚜벅뚜벅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한숨을 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