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 희곡 ''리처드 3세'' 실제 무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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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한 주차장 아래 지하에서 영국 왕 리처드 3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

리처드 3세는 세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의 제목이자 주인공으로, 우리에게는 연극과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연극에서 그는 매우 못생긴 꼽추로 권력을 위해서는 형과 조카, 부인마저 서슴지 않고 살해하는 야비한 폭군으로 묘사돼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레스터 대학은 12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갖고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 하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달 한 주차장 지하에서 발견한 유골은 리처드 3세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학측은 "연구진이 매우 고무돼 있으며 대학은 DNA 분석 등으로 유골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골은 그레이프라이어스(Greyfriars)란 이름으로 알려진 중세 교회의 성가대석 안에 숨겨져 있었다. 교회 위치는 잊혀 졌지만 역사 기록은 리처드 3세가 1485년 전투에서 숨진 뒤 이곳에 묻혔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두 개의 유골이 발견됐다. 하나는 관절이 부서진 여성 유골이며 사제관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됐다. 다른 하나의 유골은 성인 남자의 것으로, 성가대석에서 발견됐다. 해골과 등뼈에는 죽기 직전 생긴 것으로 보이는 외상의 흔적이 있다. 이 외상은 전투에서 생긴 상처일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레스터 대학의 발표문에 따르면 이 외상은 날이 선 무기로 머리의 뒤쪽을 가격당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속으로 된 화살촉이 등뼈 사이에 꽂혀 있었다. 대학측은 ''''척추가 심하게 기형인 점으로 미루어 세익스피어가 희곡에서 묘사한 곱사등은 아니어도 심한 척추측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골에서 보이는 척추측만으로 인해 이 유골은 생존 시 오른쪽 어깨가 왼쪽 어깨보다 더 높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생존 시 리처드 3세의 외모에 대한 당시의 설명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대학 측은 덧붙였다.

레스터 대학의 고고학자들은 지난달 25일 리처드 3세의 유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레스터 시의회 주차장에 대한 발굴 작업에 들어가 성 프란체스카 수도원과 리처드 3세 기념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17세기 정원, 그 외 다양한 유물들을 찾아냈다.


레세터 대학의 유전공학자는 유골에서 DNA를 복원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처드 3세는 1483년부터 보즈워스 전투에서 사망한 85년까지 2년간 잉글랜드를 통치했다. 보즈워스 전투는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 사이에 벌어진 장미전쟁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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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4세 왕의 동생인 그는 형이 죽은 후 어린 조카 에드워드 5세의 섭정이 되었으나 후에 어린 왕과 왕의 동생을 런던탑에 유폐시켜 왕위를 찬탈했다. 그러나 전왕 형제를 런던탑 내에서 살해했다는 소문이 퍼져 신망을 잃었고 결국 왕이 된지 2년 만에 반대파의 헨리 백작과 싸우다 패하고 전사했다. 이로써 장미전쟁은 끝나고, 헨리는 튜더왕조의 시조가 됐다.

1세기 후에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 비극적인 왕을 주제로 유명한 희곡 ''리처드 3세''를 썼으며 오늘날 같은 제목의 연극과 영화는 이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리처드 3세는 지금까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매우 높은 악명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의 통치 기간이 영국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데도 원인이 있다.

리처드 3세에 대한 세인의 지속적인 관심은 그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우화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6세기에 그의 무덤이 파헤쳐져 뼈가 소어강에 버려졌다거나, 그의 시신을 넣었던 관이 말 여물통으로 사용됐다는 이야기는 대표적으로 터무니없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지난 7일 고고학자들은 과거 레스터시의 시장이었던 로버트 헤릭이 리처드 3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조성한 정원의 포장용 돌을 발견한 바 있다.

연구진은 리처드 3세의 것으로 보이는 이 유골의 DNA를 분석해 그 결과를 리처드 3세의 여동생의 직계 후손의 것과 비교할 예정이다. 과학자들은 유골에서 오로지 모계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나 세포의 에너지 생산체계 내부의 DNA를 채취해 분석하게 된다.

유전자를 비교하게 될 리처드 여동생의 직계후손은 ''''리처드 3세의 마지막 날''''의 저자 존 에쉬다운 힐이 찾아냈다. 현재 캐나다에서 가구를 제작하고 있는 마이클 입센(55)이라는 사람으로, DNA 검사를 통해 2005년 숨진 그녀의 모친이 리처드 3세의 누이였던 요크 가문 앤의 직계 후손이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튜더 왕조시기 작가들은 리처드 3세를 꼽추 등 불구로 묘사하고 의심이 많으며 권력을 위해서는 무엇이던 하는 야심가로 기술했으며 지금도 그렇게 알려져 있으나, 헨리 7세가 전투에서 리처드 3세를 살해하고 튜더 왕조를 세운데 대한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부분 조작된 이미지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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