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임산부의 안타까운 사연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해당 병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들이 태어난 날이 아내의 제삿날이 됐습니다. 엄마를 꼭 빼닮은 아들을 위해서라도, 꽃다운 나이에 차디찬 수술대에서 생을 마감한 제 아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저는 꼭 진실을 밝혀낼 것입니다."
13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 A 병원 앞.
검은 타이에 플래카드를 든 K 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 눈물을 흘렸다.
고등학교 때 부터 만나 결혼까지 한 아내 J(26) 씨가 숨졌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열달을 기다린 아이의 얼굴도 못보고,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배가 많이 고프다고 맛있는 음식 많이 먹자고 웃던 아내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근데 병원에서는 사과 한마디 없이 젖 한번 물지 못한 가여운 아들을 데리고 퇴원하라고 하네요."
K 씨는 12일 부터 병원 앞에서 시위에 들어갔다.
아내가 제왕절개 분만을 한 뒤 숨졌는데, 병원 측으로부터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간에 대해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임신 39주차인 J 씨는 출산을 위해 A 병원에 입원했다.
다음날인 7일 오전부터 시작된 진통은 오후까지 이어졌고 오후 5시 30분쯤, 자연분만이 여의치 않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제왕절개수술이 이뤄졌다.
제왕절개수술이 끝난 오후 6시쯤, 담당의사 C(전문의 5년 차)씨로부터 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가족들은 기쁨에 젖어 있었다.
그러던 오후 7시30분쯤 산모는 갑자기 복통을 호소했고, 담당 의사는 "자궁 출혈이 심하다. 최악의 경우 자궁을 들어낼 수 있다"며 수술 동의서를 받은 뒤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마음을 졸이던 가족들은 수술에 들어간 지 3시간 뒤에 J 씨가 대학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는 사실을 병원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
병원측은 "산모가 갑자기 쇼크로 심정지 상태가 와서 혈압과 맥박이 떨어졌고, 오후 9시10분부터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대학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맥박이 있었고 숨진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병원측이 산모의 사망 시간을 조작해 의료사고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망 당일 오후 9시쯤, 앰뷸런스 운전기사가 이미 병원에 도착해 있었는데 J 씨의 다리가 차갑게 식어있고, 맥박이 없는 등 99.9% 숨진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남편 K 씨는 "대학병원 의사로부터 ''최소 30분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수술 중 발생한 의료사고를 덮으려고 이미 숨진 아내를 앰뷸런스를 이용해 대학병원으로 옮기던 과정에 사망한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환자가 쇼크상태에 빠져 오후 9시께 병원 과장급 의사 3명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결정했다"며 "환자가 자궁색전증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경찰의 수사를 통해 과정에서 병원의 과실이 있다고 밝혀지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동부경찰서는 유가족들과 병원측 관계자들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쳤고, 이번 주말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소견서가 나오면 병원 측의 의료과실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