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시리즈 중 최신형이고 출고가가 백만 원에 가깝다. 그런데 갤럭시S3 가격이 지난 주말사이 17만원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이동통신회사 대리점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29만원에서 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가격은 통신사를 변경하는 이른바 전화번호 이동을 할 때만 적용되는 요금일 뿐 기기변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통신사에 가입하지 않고 단말기만 구입하려면 부가세까지 110만원 정도를 줘야 한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왜 신형 갤럭시S3는 헐값이 됐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스마트폰 갤럭시S3 가격이 지금도 17만원에 판매되고 있나?
= 그렇지 않다. 이른바 ''깜짝 세일''이었다. 지난 주말사이 전국 대리점에서 통신회사를 바꾸는 전화번호 이동을 하는 경우에만 17만원에 판매되었는데 지금은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12일 목동의 대리점 몇 곳에 들러서 물어보니 "17만원 판매는 이미 끝났고 지금은 29만원인데 이 가격도 더 오를 것"리고 대답했다.
▶ 신형 스마트폰은 통상 출고가격이 100만 원 정도 하지 않나?
= 그렇다. 공식이 휴대전화 한 대 가격이 냉장고 한 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가다.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는 휴대전화 대리점과 삼성모바일 센터에서 갤럭시S3 단말기 가격이 얼마 하는지를 알아봤다. 한 곳은 109만 4천 4백 원이고 다른 곳은 110만원이라고 했다. 이미 구형 취급을 받는 갤럭시 노트도 100만원 넘게 줘야 단말기 구입이 가능하다.
출고가격은 99만4천원이지만 부가가치세가 더해져서 단말기 한 대에 백만 원이 넘는다.
▶ 그런데 어떻게 17만원에 판매되는 거냐?
= 이동통신회사들끼리의 과열경쟁 때문이다. 단말기 제조회사는 통신회사에 제 가격을 받고 단말기를 판매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에 단말기를 도매로 공급할 경우에는 출고가에서 7만원이나 8만 원 정도 낮은 가격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통신회사가 아닌 이동통신 대리점에 공급할 때는 ''현금 박치기''로 출고가대로 받고 판매를 하고 일정 이상의 단말기를 판매할 경우 현금을 되돌려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S3 가격이 17만원에 판매된다고 해도 단말기 제조회사가 싸게 파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일반 소비자가 17만원에 단말기를 구입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휴대전화 가입자는 5,400만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총 인구 수를 넘어선 포화 상태여서 이미 신규 가입자를 창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동통신 회사들은 서로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LTE(Long Term Evolution) 시장에서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통신사들의 사활을 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보조금을 쏟아 붓다시피 한 것이다.
▶ 갤럭시 S3는 헐값이 된 적이 없다는 얘기냐?
= 일종의 착시현상인 것이다. 갤럭시S3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 누구나 관심을 갖고 구입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지나치게 비싸니까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17만원으로 80% 이상 싸졌다고 한다면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7만원을 2년 약정하면 월 7천원의 할부금만 내면 구입이 가능해 진다.
그래서 가입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전산장애까지 발생한 것이다.
▶ 단말기 가격이 떨어지면 누가 이득을 보는 것이냐?
=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곳은 단말기 제조회사이다.
명목상 단말기 가격이 떨어졌지만 실제 단말기 가격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갤럭시S3의 단말기만 구입하려면 세금까지 110만원을 내야 한다. 100만 원짜리 단말기를 17만원으로 판매하면 나머지 83만원은 통신회사가 보조금으로 지급하거나 단말기 가격을 할부로 매월 통신요금에 포함해서 내야 한다.
지난 주말사이 휴대전화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대부분 갤럭시S3로 갈아탄 것으로 알려져 출고가격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2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두 번째로 이득을 보는 곳은 가입자를 모집하는 통신 대리점이다. 대리점들은 가입자를 모집할 때마다 통신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데다 단말기 제조회사로부터도 장려금이나 이미 지불한 단말기 요금 중 일부를 되돌려 받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득을 보는 사람은 당연히 특정 가입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70만 원대에서 60만 원대이던 갤럭시S3가 17만원으로 떨어졌으니까 싼 값에 구매한 가입자는 일단 이득을 본 것이다.
''폰테크 족''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니까 분명 이득을 보는 가입자가 있다.
▶ 그렇다면 누가 손해를 보는 거냐?
=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은 당연히 이동통신 가입자다. 이전 구입자는 ''제값''을 주고 구입을 했으니까 통신요금에 단말기 할부금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또 갤럭시S3에 통신회사의 보조금이 집중되니까 피처폰을 구입하거나 다른 모델을 구입할 경우 보조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통신회사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 부을 경우 가입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혜택이 특정 가입자에게만 가거나 서비스 개선 등 혜택이 줄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이익이 늘어나면 통신요금이 내려가야 하는데 그럴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명목상 통신회사들의 이익도 줄어든다. LTE 가입자 유치를 위해 출혈경쟁을 하다보니까 보조금에 허리가 휜다고 주장한다. LTE 가입자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지난 5월부터 3개월여 동안 통신회사들이 쏟아 부은 보조금이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통3사가 지난달 제출한 올 상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8498억 원, 9464억 원, 713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4.7%, 18.1%, 52.5% 감소했다. 막대한 보조금 탓이다.
순이익을 보면 SK텔레콤은 4209억 원, KT 645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 43.9% 감소했으며 LG유플러스의 경우엔 100억 원 순손실을 내며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 이동통신회사들이 손해를 본다는 거냐?
=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통신회사들은 적자를 내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익이 줄어들긴 하지만 손해를 보면서까지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2011년 이동통신 3사의 실적을 보면 SKT가 매출 15조 9,449억 원, 영업이익 2조 1,350억 원을기록했다. 매출은 소폭 상승하고 영업이익이 2010년 대비 6.3% 하락했지만 손실을 보지는 않았다.
KT는 매출 21조 9901억 원 영업이익 1조 9,573억 원을 기록했고 LG유플러스는 매출 9조 2,563억 원, 영업이익 2,857억 원이었다.
각 사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통신회사들이 적자를 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은 가입자가 봉이라는 얘기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가 의미 있는 얘길 했는데 "그렇게 보조금을 쏟아 부을 여력이 있다면 통신요금을 내리던지 기술개발을 하던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단말기 제조회사인 삼성전자의 영업전략일 수도 있나?
=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번 사례는 아닌 것 같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동통신회사들의 과열경쟁에 대해 "우리야 갤럭시S3가 팔리니 좋다"면서 "LTE 가입자 유치경쟁은 우리 전략이 아니라 통신사업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열된 LTE 가입자 유치경쟁으로 빚어진 일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최대수혜자임이 분명하다.
갤럭시S3는 어정쩡한 시기에 출시됐다. 갤럭시노트가 예상외로 선전을 한데다 곧 경쟁제품인 아이폰5 출시가 예정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폰5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12일 공개됐다. 화면은 3.5인치에서 4인치로 커지고, 얇아지고, 가벼워졌으며 LTE 지원이 가능하다.
갤럭시S3가 전 세계적으로 2천만대 이상 팔려나갔지만 아이폰5가 출시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삼성전자도 아이폰 5에 대응해서 조만간 갤럭시 노트2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갤럭시S3는 뒷전으로 밀리는 부진이 예상됐지만 과열된 통신회사들의 가입자 유치경쟁으로 갤럭시S3가 히트를 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단말기의 시장점유율이 52% 안팎에서 62%대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의 과열경쟁으로 삼성전자만 신이 났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 주장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선 시장점유율은 높아지지만 앞으로 신제품이 나왔을 경우 2~3개월 지나면 단말기 가격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는 가입자들의''학습효과''로 인해 신제품 판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지도가 낮아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 듣고 보니 결과적으로는 가입자만 손해를 본다는 건데?
= 그렇다. 이동통신회사들이 ''돈 전쟁''을 벌이면서 단말기 제조회사와 대리점 그리고 이통사들이 이득을 보지만 가입자만 손해를 보는 구조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이동통신회사들이 지난 5년간 마케팅 비용이 해마다 1조원씩 증가했지만 시장점유율, 가입자 비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도 LTE 후발주자인 KT가 당초 LTE 가입자를 400만 명으로 정했다가 450만 명으로 높여 잡으면서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사태가 촉발됐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방통위의 한 실무자는 "KT 고위관계자가 대리점주 들을 소집해서 가입자를 늘리도록 독려하자 SKT와 LG유플러스가 이에 맞서면서 과열경쟁이 빚어진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시장조사에 착수해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두 차례나 과징금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영업정지가 불가피 할 것"이라며 "사상 최대의 번호이동으로 전산망이 다운될 정도인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동통신회사들이 과열경쟁을 벌이면서 일부회사는 자금조달을 위해서 건물을 팔기도 하고 은행에서 차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단말기 과소비 현상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가입자들은 아직도 쓸 만한 단말기를 너무 빨리 자주 교체하는 것이다.
신형 스마트폰 한 대의 가격이 냉장고 한 대와 맞먹는 가격인데 냉장고는 10년을 넘게 쓰지만 휴대전화 단말기는 2년을 넘기기 힘든 상황이다.
통신업계관계자는 "가입자 유치에 쏟아 붓는 돈으로 밴처업체를 키우거나 기술에 투자하거나 중소기업에 투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동통신회사들은 통신요금 인하를 요구하면 망 설비와 기술개발 비용 때문에 어렵다고 하는데 연 7~8조원 대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과열 마케팅비만 줄이면 통신요금을 내리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