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2007년 법원이 재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것을 무시하고, 유신 시절에 행해진 사법 살인을 옹호하고 있다며 대선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나섰다.
특히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민대통합 행보에 역행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인혁당 사건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11일에도 "최근의 여러가지 증언들까지 감안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며 기본 입장을 반복했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에 여러 증언들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인혁당이 실존했고 조작된 것이 아니다"라는 박범진 전 국회의원의 주장을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박 전 의원은 지난 2010년 출간한 학술총서 ''박정희를 회고한다''에서 "인혁당에 입당해서 당의 강령과 규약을 봤고 입당선거까지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후보의 이 같은 역사 인식에 십자 포화를 퍼부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엄연히 인혁당 사건 판결은 2007년 1월 무죄 판결이 최종 판결"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두 개로 나왔다는 박 후보의 발언은 사법부를 무시하는 황제적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유 의원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유신 정권은)대법원 판결 이전에 이미 사형 집행에 착수했고, 이분들은 영문도 모르고 잡혀가서 사형을 당할 때까지 가족 면회도 한번 못했다"며 "박 후보가 하는 짓을 보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의 흔적이 없다며 고노 담화를 취소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도 "박 후보의 발언을 인정한다면 대한민국에는 2개의 대법원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헌정 질서를 무시하는 초사법적 발언으로 한나라의 대통령 후보로서의 역사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후보의 역사관 논란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박 후보 스스로 국민대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내세우면서도 과거 불행한 역사와의 화해는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며 "자기 원칙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박 후보가 한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대의멸친(大義滅親 : 큰 뜻을 위해서는 가족도 버려야 한다)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며 "국민통합이라는 더 큰 원칙을 위해 과거의 잘못은 전향적으로 사과하고 미래를 위해 함께 나가자는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이 이번 대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고, 이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